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아담스미스는 '국부론'을 저술하기 앞서 '도덕감정론'에서 타인에 공감하는 인간의 본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경제학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경제학에서 '갈등하는 인간'은 사라지고 '규범적인 인간'만 남게 되었다.

따라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여러 현상들을 기존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점점 더 설명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향후 기고에서는 다양한 사회현상과 경제현상들을 현실의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려하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독자들과 같이 고민 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최근 들어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도 몇 해 전 국내에 소개된 ‘넛지’라는 책의 저자인 리처드 세일러 (Richard H. Thaler 최초 리처드 탈러라고 소개되었다)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 서점에 가더라도 10년 가까이 된 세일러의 책 ‘넛지’가 매대에 여러 권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왜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세일러를 선정했을까?

보통 노벨경제학상은 한 경제학자의 연구가 대체로 1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후 수여된다고 얘기한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기존 주류 경제학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는 계기가 되었던 해인 2008년으로부터(마침 ‘넛지’도 2008년에 출간되었다)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이야말로 행동경제학이 각광을 받기에 적절한 시점이라 보여진다.

과연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사실 경제학의 연구 대상은 같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경제 현상들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르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반발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적인 인간, 즉 “호모이코노미쿠스”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합리성과 이기심은 기존 경제학 이론의 근원이 되는 중요한 핵심 개념인 것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을 가정한다.

즉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이기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오해하지는 말자.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비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합리적이지는 않다”라고 가정한다는 뜻이다.

이미 197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일찌감치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을 소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마다하지 않으며, 타 학문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차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때로는 심리학에서 하는 것처럼 실험군을 놓고 의사결정 과정과 결론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때로는 뇌과학자처럼 fMRI (기능성 자기공명영상법)를 통해 뇌를 들여다 보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론적 차이 때문에 실험경제학이라는 용어와 혼용해서 쓰이기도 한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파격이다.

기존 경제학에 비해 새로운 이론으로 정립되거나 정책에 활용되거나 하는 점에서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1979년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프로스펙트 이론”이 세상에 알려진지 30년 정도밖에 안 된 시점에서 3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대니얼 카너먼, 로버트 실러, 리처드 세일러) 각광을 받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전을 하는 것을 보면 행동경제학은 분명히 머지 않은 장래에 경제학 원론의 많은 부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 회차부터는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알기 쉽게 풀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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