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마트 홈페이지]
[사진=이마트 홈페이지]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요즘 신세계그룹의 고민 중 하나는 아마도 ‘제주소주’일게다.

원래 제주소주는 한라산소주와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지역소주다. 근데 이게 지난 2016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주류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있던 신세계그룹이 이를 그냥 놓아둘 리 없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앞세워 그해 12월 190억원을 주고 이를 전격 매입해 자회사로 품었다.

이름하여 ‘푸른 섬 제주’를 등에 업은 신세계는 이마트의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소주시장에서 제법 진검승부가 될 것이란 판단을 했다.

그래서 인수 이듬해인 2017년 ‘푸른 밤’ 소주를 출시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신세계의 제주소주 매입은 어쩌면 지난 1993년 두산그룹이 강원지역 소주인 경월을 인수한 것과 빼닮았다.

경월은 이후 두산을 거쳐 롯데로 넘어가 ‘처음처럼’ 출시 이후 ‘전국구 소주’로 발돋움하지 않았는가. 제주소주 역시 이런 결과를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햇수로 5년을 맞은 지금 제주소주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매출은 2016년 2억원에서 2019년 48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원에서 무려 14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적자가 늘어나자 신세계는 6번의 유상증자로 총 670억원의 자금수혈을 해야 했다.

이 정도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란 소리도 들을만 하다.

용병술도 동원했다. 인사전략에 변화를 주며 반전을 꾀한 것.

지난 2018년 말 인사에서 제주소주 대표에 ‘전설의 술꾼’ 우창균 씨를 영입했다. 

그는 1986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뒤 주류회사에서만 30년 넘게 일해왔다.

근래에는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마케팅부문 상무로 일하며 ‘처음처럼’, ‘클라우드’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장본인.

신세계는 우 대표 영입을 통해 제주소주가 지역구를 벗어나 전국구로 우뚝 서는 것을 꿈꿨을 거다.

그러나 소주 시장의 장벽은 높았다.

제주소주의 지난해 기준 국내소주 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효자노릇 좀 할까 기대했지만 여전히 ‘돈먹는 하마’라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다.

위기감을 느낀 신세계는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삐에로쑈핑, 부츠에서 발을 빼고 철수했다.

그 다음 타자가 제주소주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했다.

이런 시장의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이달 들어 일각에서 ‘신세계의 제주소주 매각설’이 들려왔다.

[사진=제주소주 푸른밤 페이스북]
[사진=제주소주 푸른밤 페이스북]

사업다각화 꾀하는 국내 위스키업체 골든블루가 인수제안서를 통해 제주소주를 떠안을 것이란 소문이 나돈 것.

인수금액은 250억원, 전 직원 고용승계 및 유지 조건을 달았다는 그럴싸한 내용도 담겨져 있다.

신세계 측은 일단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매각방침을 세우고 인수업체를 찾고자 했지만 적당한 곳이 없어 최근까지 기업청산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가 골든블루에서 인수의지를 밝혀와 급물살을 탔다는 얘기도 들린다.

골든블루 측도 “제주소주 인수 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아무튼 ‘돈먹는 하마’ 제주소주는 획기적인 반전카드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매각과 청산을 줄타기하며 ‘이마트의 실패작’이란 오명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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