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걸이의 기쁨.
쌍걸이의 기쁨.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바다꾼 중에는 여름이 오면 습관적으로 출조하는 낚시가 있다.

바로 백조기(보구치)낚시다.

낚시가 비교적 쉽고 다수확을 보장해 주어서 반찬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출조하는 낚시인 것이다.

2019년에는 두 번 출조 했다.

7월 6일과 8월 10일 두 차례다. 7월 6일, 11물때는 시즌도 초반이고 물때도 사리 때라 백조기가 있다는 것만 확인했고, 8월 10일에는 천수만에서 낚시해 80여 마리를 잡았다.

물때도 좋았고 본격적인 백조기 시즌을 맞이하여 손맛을 좀 보았던 것이다. 다만 천수만 내에서 낚시해서 그런지 씨알이 작은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지난번 제주 대전갱이 낚시 대박을 낸 뒤, 한 열흘 다른 일을 하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 하지만 장마철이기도 해서 좀처럼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 출조를 하지 못했다.

7월 15일 비가 그치고 서해 쪽에는 바람도 없다는 예보가 나온다.

그럼 출조해야지 하고 대상어를 찾다가 백조기 생각이 나서 밥말리호 홈피를 본다. 혹시 출조를 하면 동참하기 위해서다. 마침 백조기 출조한다고 되어 있어 퇴근하고 부랴부랴 준비를 한다.

과거에는 시간 맞추어 항구에 도착했지만, 요즘에는 일찍 출발해서 항구에 도착해서 잠시 눈을 붙인다.

출조 전날은 어차피 집에서 잠이 오지 않으니, 아예 항구로 가서 차박을 하는 게 좋은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오천항에 도착하니 새벽 2시. 바람도 없고 바다는 고요하다. 오천항의 물이 잔잔하고 맑다. 차로 들어가 한숨 자다가 5경에 깬다.

6시 출항.

충남 대천 앞바다 부근에서 백조기를 잡는 낚싯배들.
충남 대천 앞바다 부근에서 백조기를 잡는 낚싯배들.

배는 천수만을 빠져나가 남쪽으로 달린다.

홍원항 부근 부세 포인트로 가기 위해서다. 대천항이 보이는 곳에 이미 배 10여 척이 백조기 낚시 중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낚시를 안 해볼 수가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선장이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장의 결정은 옳았다. 채비를 내리자 말자 백조기 특유의 후다닥 하는 입질로 미끼를 물고 늘어진다.

올려보니 씨알이 상당히 좋다.

6시 30분경부터 시작해 계속 정신없이 입질이 이어진다. 9시 30분경까지 같은 포인트에서 고기는 연신 올라온다.

씨알 좋고.
씨알 좋고.

이 포인트는 입질도 자주 오지만, 그 무엇보다 씨알이 대단히 훌륭하다. 1990년대 중반 무창포 대광낚시에서 반나절 낚시할 때부터 백조기 낚시를 일 년에 한두 차례 했었다.

올해 씨알이 제일 좋다. 시즌 초반인데 씨알이 좋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큰 녀석만 미리 들어왔는지, 아니면 이 포인트만 유독 씨알이 굵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백조기 씨알이 좋으면 손맛도 대단히 좋다.

마침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없어 파도도 없다. 한 여름의 햇볕도 없어 낚시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하다. 게다가 연신 씨알 좋은 녀석이 물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렇게 하여 오전 10시까지 약 60마리를 잡았다.

3, 4분에 한 마리씩 잡았다는 이야기다. 갯지렁이 미끼를 계속 갈아주며 잡아낸 것이니, 쉴 새 없이 잡았다는 것. 낚시꾼은 이럴 때 흥분지수가 올라간다. 피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낚시공간이 넉넉한 밥말리호.
낚시공간이 넉넉한 밥말리호.

하지만 계속 하루 종일 이럴 수는 없다.

10시가 지나자 물이 멈추고 입질이 뜸해진다.

한 15분을 옮겨 다른 포인트로 간다. 거의 입질이 없다. 또 처음 계획했던 포인트로 간다. 민어나 부세가 가끔 나오는 포인트라고는 하지만 입질이 거의 없다.

시간이 가면서 드디어 회 타임이 왔다.

우럭이나 노래미나 민어나 농어나 이런 물고기를 잡아야 회를 먹는데, 그런 물고기는 없고 보리멸 몇 마리와 장대(양태)와 백조기 밖에 없다.

백조기 회 맛은 어떨가?

일행이 백조기 큼지막한 녀석 두 마리로 회를 떴다.

백조기회. 백조기회가 맛이 없다는건 편견이다.
백조기회. 백조기회가 맛이 없다는건 편견이다.

드디어 시식 시간. 모여서 회를 먹는다. 깜짝 놀랐다.

과거에 배에서 회무침으로 먹었던 그 백조기 회 맛이 아니다. 쫀득하게 감칠맛이 난다. 대단히 훌륭하다. 백조기 회 맛이 나쁜 것이 아니라 문제는 씨알이었던 것이다.

씨알이 큰 백조기는 회 맛이 좋다.

백조기의 재발견이다.

회를 뜰 때 포로 떠서, 쿨러 속 얼음 위에 잠시 얹어두면 더 맛있을 것 같다.

그냥 먹어도 좋다.

이럴 줄 알았으면 회를 좀 더 뜰걸.

이걸 누구 코에 붙이나? 고민 중인 이병철 시인.
이걸 누구 코에 붙이나? 고민 중인 이병철 시인.

점심 식사를 하고 일행이 부세 한 마리를 기적적으로 올린다.

조금 때 부세가 나오기는 힘든데 아주 운이 좋은 것이다(다음 날 서해 전체 조과를 확인해보니 부세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뭔가 후닥닥 하길래 올리니 매퉁이다. 매퉁이는 뱀의 머리 같고, 몸통은 두툼한 원통형인데, 표면은 숭어같지만 장대(양태)하고도 닮았다.

이날 하루 종일 세 명의 꾼들에게서 다섯 마리의 매퉁이가 나왔다.

이 매퉁이는 한 10년 전만해도 대천 앞바다에서는 보기 힘든 고기였다. 전북 왕등도 부근에서 낚시하다가 한 5년 전에 처음 본 고기였는데, 오늘 이렇게 많이 출현하는 거다. 이것도 지구 온난화와 분명 관계가 있을 거다.

부시리가 서해 중부 해역에서 잡히고 갑오징어가 덕적도에서 잡히고 매퉁이가 북상하는 것을 보면, 참치나 잿방어도 서해 중부권까지 올 날이 멀지 않았다. 30년만 기다리면 된다.

이 때 바늘 하나로 낚시하는데 두 마리가 올라와서, 내가 바늘 두 개를 썼나 순간적으로 갸우뚱하다, 한 마리가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두 마리를 잡은 게 아니라 바늘에 걸린 백조기를 잡아먹으려고 매퉁이가 백조기를 따라 부상했던 것이다. 바닥에 있던 매퉁이가 약 16미터 정도를 따라 올라온 게 된다. 무서운 탐식성이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소비하고 오후 1시쯤 다시 아침 그 자리에 왔다.

마지막 불꽃놀이 타임이다. 개인용 물칸이 꽉 차서 고기를 쿨러에 옮겨 닮으면서 헤아려보니 백조기만 70마리다. 그래, 100마리를 채우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카운팅을 하면서 고기를 잡는다. 하지만 오전만큼은 올라오지 않는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올라온다. 98, 99. 99마리에서 딱 멈추더니 잡히질 않는다. 이것도 무슨 기록이라고 초초하다.

이승엽이 홈런 신기록 세우는 거라면야, 신기록 달성 직전에 이승엽도 야구팬도 초조하겠지만, 하응백이 7월 15일 백조기 100마리 기록 달성한다는 건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거다.

그래도 하응백은 초초하다. 이게 뭐라고. 웃기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한 10여분 만에 드디어 걸었다. 선장님이 축하해주기 위해 동영상을 찍는다.

어쨌거나 100마리를 달성했다. 멋쩍다. 100번 째는 좀 큰 녀석이나 올라와주지.

촬영까지 하는데 작은 녀석이 올라온다.

그렇게 105마리로 오후 3시 20분경 2020년 첫 백조기 낚시를 마무리한다.

무게로 따지면 약 17킬로 정도다.

하지만 100마리 기록을 세웠다는 것보다 백조기 회가 대단히 맛이 있었다는 것에 더 만족한다.

이런 맛이라면 또 출조해서 선상의 천국을 더 경험할 거다.

이날 백조기는 유달리 씨알이 좋았다.
이날 백조기는 유달리 씨알이 좋았다.

백조기 낚시 팁: 활성도가 좋을 때는 두 바늘채비보다 한 바늘채비가 더 효과적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니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갯지렁이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1인당 갯지렁이 큰 통(2만원) 하나를 준비하면 된다. 미끼를 자주 갈아야 조과가 따라준다. 이날은 조류에 따라 봉돌 20호와 30호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싱싱한 백조기는 매운탕이 맛있다.
싱싱한 백조기는 매운탕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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