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공정성, 부패 등 '야성적 충동'이 비경제적 비합리적 반응 야기
"코로나로 인한 장기 경제불안에 대한 대응은 투명한 사실 전달부터 시작"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요즘 전 세계 최고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이다.

사회, 정치, 교육,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경제 분야에서도 다양한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의 종식 여부에 따라 경제와 금융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세계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일부 유명한 행동경제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Robert Shiller)의 견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실러 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매체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2단계로 접어들면서 정말 큰 위험은 좌절이 영구히 지속될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이런 마음가짐은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다 쉽게 얘기하자면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인 대중의 심리가 결국 주류경제학에서 예측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야성적 충동 (Animal Spirits)’이라는 저서에서 경제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인간의 자신감, 공정성, 경제 주체의 부패, 전염성이 있는 인간들의 이야기 등을 야성적 충동이라고 부르며 실제로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나타나는 비경제적 동기와 비합리적 반응들에 주목하였고, 이를 통해 불황, 공황 등 경제적 현상을 설명했다.

아마도 실러를 포함한 일련의 행동경제학자, 특히 행동재무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군중의 심리와 이로부터 전염되는(전염병보다 더 전파력이 강한)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성적 충동’을 주목할 때 전개될법한 경제 상황들을 예측하려 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투자 심리 변화와 향후 주식시장의 전개, 정부와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 19에 따른 국민의 심리가 결합하여 낳게 되는 부동산 가격 추이 등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실러 교수를 위시한 행동경제학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불안감에 따라 경제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나아가 생각보다 심각한 경제불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수의 심리학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투명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앞서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한 ‘야성적 충동’은 이번 사태의 경우 공포에 가까운 불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며 이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우리들의 불안과 헷갈려 하는 감정은 혐오와 그에 따른 분노이다.

외국인과 타 지역 주민에 대한 혐오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혐오하는 감정이 일어나는 그 자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행동경제학과 친척 관계에 있는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혐오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집단이 병원체로부터의 오염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적응일 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문제가 되는 것은 혐오를 바탕으로 분노와 차별을 정당화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협력과 공존, 이타적 행동으로 차원 높은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배려와 이성적인 사고로 혐오를 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앞서 말한 것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에 따라 불안을 적극적으로 해소한다고 하면, 이는 향후 경제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말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