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규제 강화·주식 투자도 한계..."정부 '생산적 투자처' 빨리 만들라"
5월 통화량 3054조원...정부 푼 자금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투자 대기중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교란해온 고삐 풀린 과잉 유동성이 향후 어디로 흐를지 최대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이 '7·10 대책'에 따른 규제 강화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주식 시장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실물경기와 주가간 괴리가 한계상황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이 흘러들던 부동산과 주식, 양대 축에서 과잉 조짐이 포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 징후에도 불구하고 제3의 '생산적 투자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면서 우리 경제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장에 넘치는 자금이 흘러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코로나19 위기극복 자금이 '투기 자본'?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통화량(M2·광의통화)은 305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광의통화량이 300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한달 만에 35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정부가 3차 추가경정 예산까지 집행하면서 늘어난 자금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었다.

주식시장 투자자 예탁금은 총 50조51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3월 말 기준 부동산 금융은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푼 돈이 투기적인 자산 시장으로만 몰린 것이다.

부동산 사모펀드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2017년 5월 말 51조원이던 부동산 사모펀드 규모는 104조원(22일 기준)으로 3년2개월여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제2의 라임 사태'로 불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처럼 공시와 달리 투자한 부동산 투자액까지 합하면 104조원을 웃돌 수도 있다.

부동산 사모펀드는 개인과 달리 부동산 투자 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소득에 따른 대출한도가 없다. 다주택자도 펀드를 통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펀드가 일정 정도의 양도세만 부담하고 개인투자자는 배당소득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2000만원 이상시)만 부담한다. 실제 올 상반기 펀드 이익배당금 9조5972억원 중 사모펀드 비중은 8조1566억원으로 85%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생산과 투자엔 돈이 말랐다. 지난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전산업생산은 4월 대비 1.2% 감소했다. 올 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로 2000년 8~12월 이후 20여년 만의 최장기간 감소다. 수출 전망이 악화하면서 설비투자도 5.9% 줄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 '단기성 예금' 저축해 놓고 '먹잇감' 노려

유동성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이 1858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조7000억원 급증했다.

은행 수신의 이처럼 가파른 증가는 기본적으로 대출 증가와 연동해 보는 시각이 많다.

1월부터 6월까지 은행의 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총 77조7000억원이 늘었고, 가계대출도 40조6000억원 증가했다.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중 가계·기업 대출이 118조3000억원 늘어나는 사이 은행 수신이 108조7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대출을 급속히 늘렸지만 소비나 투자에 나서기보다 예금으로 움켜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늘어난 은행 수신 108조7000억원 중 107조6000억원이 수시입출식 예금이라는 점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반면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2조3000억원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급격히 늘어난 수신은 결국 급격히 늘어난 대출과 연동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가계나 기업이나 위기 상황을 맞아 일단 대출을 받아 현금을 확보했지만 막상 쓰지 않고 예금으로 쌓아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유가 있는 기업·가계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여유자금을 쌓아두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끓어오르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며 "경기 상황을 볼 때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쌓인 돈이 많으니 특정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정부 '생산적 투자처' 빨리 만들어라"

이처럼 부풀어 오를 대로 부푼 자산시장의 과잉유동성을 막아 파국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시중유동성이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터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특별소비세 감면 등 소비를 늘려줄 대책도 꾸준하게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민자유치펀드 등을 확대하는 게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금은 코로나19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 수급 대책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않고 보다 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부동산 쏠림 문제와 관련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값 안정화 정책으로) 시장이 당장은 안정화되겠지만 눈치를 좀 더 보다가 펀드나 주식 쪽에 투자처가 없으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저축 증가가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인 성격의 자금 비축이라면 소비 활성화 대책의 강도도 더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며 "다만 현재로선 늘어난 저축의 성격을 가늠하기 어려워 추가 대책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