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막내 대 장남+장녀간 대립구도
경영권 다툼, 짧은 리허설 후 지루한 소송무대로

한국테크놀리지그룹 전경(사진 연합뉴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전경(사진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공주에 이어 이번엔 왕자까지 나섰다.”

그룹 후계 구도를 둘러싼 2세들의 갈등이 본격화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모회사)을 두고 재계 주변에선 이런 말이 나돈다.

지난달 25일 조희경(54)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장남 조현식(50) 부회장도 누나편에 동참하면서 ‘공주의 난’이 ‘왕자의 난’으로 비화됐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이날 ‘조 부회장이 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누나와 비슷한 보조를 취했다. 그는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조 회장은 지난 6월 조 사장에게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체(23.5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2천446억원에 넘겼다. 이에 따라 지분율 42.9%를 확보한 조 사장은 그룹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실상 조 사장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준 셈이다.

그러자 조 이사장이 먼저 반발했다. 지난달 조 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조 회장이 보유 지분 전체를 넘긴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아버지 조 회장은 즉각 발표문을 내고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있고, 하루에 4~5㎞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건강이상설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침묵하던 장남 조 부회장 역시 조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누나와 같은 보조를 취했다. 조 부회장은 성년후견심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현 상황은 장남+장녀 대 부친+막내 간 대립구도로 요약된다.

이런 와중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채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글로벌 수요감소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 그룹의 주력인 한국타이어는 지난 2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3.6% 감소한 701억8900만원에 그쳤다. 지난 2016년 1분기 2천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경영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튼 ‘공주의 난’에서 ‘왕자의 난’으로 비화된 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은 짧은 장외 리허설을 마치고 이제 길고 지루한 소송 무대로 옮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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