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시카고학파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게리베커와 조지 스티글러는 '취향은 논쟁거리가 아니다(De Gustibus Non Est Disputandum)'라는 논문에서 경제학자는 사람들의 선호에 대해서 더 이상 파고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의 취향과 선호는 가치판단의 대상이라기보다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이다.

다른 사람이 어떠한 생각을 하던 간에 그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은 선택 그 자체를 존중한다는 의미와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선호가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다고 본다.

주변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떠한 유혹을 한다고 해도 개인의 진정한 선호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자기가 속한 집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 경제학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존 경제학의 모습에 도전하는 새로운 경제학 중 하나가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이 지점에서 지난 주에 했던 얘기, 편견과 집단의 극단화 얘기를 조금 더 이어나가 보자.

군중 행동(Herb Behavior)은 때로는 몇 사람이 내린 의사결정 정보가 모든 사람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13년에 발표된 '사회적 영향 편향(Social Influence Bias)'에서는 무작위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증명했다. 

한 웹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최초 긍정적인 평점이 달릴 경우 긍정적인 평점의 가능성을 32% 증가시켰고, 최종적으로 평점을 25% 이상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러한 평점을 매길 시 댓글이 달린 주제와 댓글 관계자와의 관계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최초의 평가는 이후 개인들의 평가에 편향을 가져왔고,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군중심리효과를 낳게 되었다.

이렇게 처음 평가가 나중 평가를 불러 일으키는 마치 밴드왜건 효과(소비가 재화를 소비할 때 다른 소비자들이 많이 소비하는 재화에 영향을 받아 따라가는 현상)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면서 집단 편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집단의 극단화에 대해서는 '넛지', '심플러' 등의 저서로 유명한 캐스 R. 선스타인의 또 다른 저서 'Going to Extremes(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로 번역됨)'에서도 여러 설명을 엿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개인이 집단에 들어가면 집단 내에서 너무 열성적이거나 너무 신중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비춰지려고 하지 않는데 이럴 경우,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살피며 자신의 입장을 수정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개인들이 속한 집단의 입장은 결국 극단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명한 학자들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집단의 극단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일어나는 현상은 이렇다.

대부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게 된다면 '우리만의 세계'에서 살게 되고, 대중적이지 않은 선호 혹은 극단적인 견해가 점점 강해지게 될 것이며 다른 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반향실(echo chamer) 효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만약 사회적으로 이러한 일들이 지속되게 된다면 결국 서로 적대적이면서 소통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몇 개의 폐쇄적인 집단들이 대치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인터넷이 나오고 온라인 포럼이 등장하며, 소셜 네트워크와 유튜브가 탄생하자 우리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 새로운 매체라고 칭하며 이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을 크게 기대하였다.

지리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기존 매체가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나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러한 현재 벌어지는 우려에 대해서는 2019년 노벨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의 견해를 기억할 만하다. 

그는 인터넷에 대해 우려할 점으로 첫째, 가짜 뉴스를 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둘째, 그러한 견해에 대해 무한히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는 점, 셋째, 분절적인 인터넷 언어 자체가 직설적이고 축약적인 표현을 촉진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유사한 것들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기술 발달로 인해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콘텐츠만 보게 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극단화를 보면 '아비지트 배너지'의 견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현상들을 해결할 수는 있을까?

현재 어떠한 이론과 정책도 이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행동경제학(혹은 실험 경제학)이나 심리학의 이론과 방법을 활용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힌트를 찾아가고는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이다. 실험을 통해 '전반적으로 접촉이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는데, 이를 사회 전반적으로 적용하면 넛지 정책으로 '다른 것과 섞임'을 통해 편견을 사회 전반적으로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견해를 인용해보자.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편견과 집단의 극단화는 어찌보면 존중받지 못하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데 대한 방어적인 반응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특정 집단을 경멸하는 것은 그들의 견해를 강화할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편견은 절대적인 선호체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선호체계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로 인해 해결될 수 있다는 점, 즉 선호를 바꿀 수 있다는 점 또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만 정책은 정말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타당해야 하며, 오랫동안 인내하며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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