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신용대출 금리 사라지고, 전문직 최대 연봉 2배 대출 축소될 듯
은행권, 우대금리로 0.6~1.0%p 금리조정 가능...서민대출은 지장 없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시중은행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대출 총량도 줄이기로 하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 들어 0%대의 기준금리 영향으로 은행들의 1%대 저금리 신용대출이 풀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자금으로 투자) 등으로 부동산과 증시에 자금이 몰리며 '이상과열'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이 최근 "과도한 신용대출을 억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은행들도 잠재적 금융위험 요소로 지목받는 신용대출의 금리와 총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국내 주요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8월 한 달 새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명동 하나은행 본점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8월 한 달 새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명동 하나은행 본점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 시중은행 신용대출 1% 금리 사라진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신용대출의 우대금리 폭을 줄여 전체 금리 수준을 높이고, 최고 200%에 이르던 일부 전문직의 연 소득 대비 대출 한도도 축소할 방침이다.

16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율적 신용대출 관리 방안으로서 우선 우대금리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은행에서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우대금리(금리할인) 혜택을 최대한 받아야 하는데,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 계좌나 계열사 카드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러 부가 조건에 따라 부여된다.

우대금리 수준은 은행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낮게는 0.6% 정도부터 높게는 1%에 이른다.

결국 이렇게 깎아주는 우대금리 폭을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대출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과도한 신용대출을 자제하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받은 만큼, 시중은행 모두 신용대출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금리에 민감한 요즘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 수단은 우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A은행의 경우 이미 선제적으로 이달 1일 자로 신용대출 우대금리 할인 폭을 0.2%포인트 줄였다.

다른 은행들이 조만간 신용대출 금리를 비슷한 폭으로만 높여도, 현재 금리 범위(1.85~3.75%)를 고려할 때 상징적 의미의 '1%대 신용대출 금리'는 시중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전문직 대출한도도 조인다

은행들은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줄일 계획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지만, 특수직 등은 현재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봉이 1억5000만원이라면,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만 끌어 쓸 수 있는 돈이 3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4일 시중은행 부은행장(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대비 한도 비율 뿐 아니라 신용대출 절대 금액이 너무 큰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대출액이 5000만원~1억원 정도라면 일반적 생활자금 용도로도 볼 수 있지만, 2억~3억원에 이르는 신용대출은 '투자 수요'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이다.

◇ 부동산·증권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 급증한 데에는 긴급 생계자금 외에도 부동산 및 주식투자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차원을 넘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 차단 등을 위해 은행들을 통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우선 신용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고 대출 총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서민의 '생활자금'용 신용대출까지 조일 수는 없으니, 결국 낮은 금리로 수억 원씩 빌리는 고신용·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부터 줄이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에 연말까지 신용대출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저소득 계층의 생활고와 관련된 신용대출은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려면, 은행으로서는 소수 특수직 등의 거액 신용대출 한도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신용대출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는 동시에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인상 자체가 대출수요 감소의 수단이 될수 있지만, 이익을 내야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공급'인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려면 '가격'인 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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