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지역화폐 비판한 조세연 보고서에 발끈... 문책까지 요구
조세연측 "지역화폐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발행 아닌가" 재반박 나서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했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비판한 한 대목이다.

조세연이 '지역화폐 발행이 지역경제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에 대한 반박인데, 얼빠진 연구결과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물론 엄정한 조사와 문책까지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내놓는 긴급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등 경제 정책들에 대해 경제부처들이 사사건건 반대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소비지원금 지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소비지원금 지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조세연 보고서 어떤 내용 담았길래

이 지사가 문제삼고 나선 보고서는 조세연이 이날 공개한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연구다.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보조금 지급 손실과 운영 비용을 합하면 경제적 순손실이 올 한 해 총 226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보고서는 특히 지역화폐를 싸게 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현금깡'에 대한 단속비용과 일부 업종의 물가인상 효과에 따른 실질 구매력 하락 등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손실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오히려 예산낭비와 사중손실 등 부작용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이 역내외에 일종의 '보호무역' 같은 장벽을 만들어 일부 소상공인에게만 도움을 줄 뿐 국가 전체적으로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늘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다만 조세연은 자신들이 낸 보고서가 문제가 되자 향후 최신 자료를 보강해 연구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조세연 보고서를 작성했던 송영호 부연구위원은 2010~2018년 전수조사 자료를 데이터로 이용해 부실자료를 활용했다는 비판에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전국 사업체를 대상으로 매출액을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인 한국통계빅데이터센터의 기업등록부 데이터베이스 자료가 현재 2018년 판까지 나온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2019년 자료가 나오면 시계열을 연장해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브리프 자료가 아닌 본 보고서에는 2019년 이후 지역화폐의 효과가 달리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연구에 한계점이 있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조세연 발표가 얼빠진 이유 5가지'

이재명 지사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먼저 조세연 보고서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정책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것.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지역상품권 등을 활용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지난 1차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 내년에도 20조원 규모의 민간소비 창출을 위해 지역화폐와 소비쿠폰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정부가 이미 그 효용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지역화폐정책을 조세연이 내용의 완결성도 갖추지 못한 보고서를 통해 '예산낭비로 폠훼했다'는 주장이다.

또 연구내용이 문재인 정부가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10~2018년 사이 지역화폐에 대한 것으로 현재의 지역화폐 시행시기와 동떨어진다는 것과, 2년 전까지의 연구결과를 지금 시점에 뜬금없이 내놓는 것도 이상하다고 문제 삼았다.

이 지사는 특히 조세연의 연구 가운데 '지역화폐가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 소형매장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내용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영세자영업의 진흥이라는 가치를 부인하면서 '우회적으로 대기업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충분히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개막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의 전국화를 모색하기 위해 제안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이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영상회의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지난 10일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개막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의 전국화를 모색하기 위해 제안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이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영상회의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 경제부처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재명

이재명 지사는 최근 정부 경제부처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기재부와 지급 대상을 놓고 강하게 부딪치기도 했다.

경제 부처 산하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보고서들도 하나 같이 이재명 경제정책의 효용성을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8월 16일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지원은 전 국민 지급보다 저소득 가구에 한층 효과적이다"는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또 8월 30일에는 한국은행이 '한국은행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조원을 지급하면 그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부가 직접 소비하거나 투자할 때 경제적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이 지사는 이번 조세연 보고서도 무엇인가 '의도'를 가졌다고 의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세연측은 오히려 이 지사의 정치적 목적을 지적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한데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 아닌가"라며 "비효율·후유증이 큰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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