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래량 두달전 비해 '반의 반토막'...30대 중저가아파트 '사자' 계속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한달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러나 매매가 줄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속설과는 달리 아파트값은 요지부동이다.

다만 하락세로 접어들 조짐은 여러군데서 포착되고 있어 시기가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서울 매수우위 지수가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수가 기준선(100) 아래로 내렸왔는데, 이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상승세는 꺾였지만…하락 전환은 '아직'

아파트값은 대개 거래가 활발해지며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거래가 많다는 것은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고, 이때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값은 올라간다. 반대로 사려는 사람이 적어지면 거래도 줄어들고 값도 내려간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도 바로 거래가 급감한 데 기인한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한 달 전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거래량이 7월 1만651건→8월 4903건→9월(27일 기준) 1417건으로 두달 새 지난달의 반의반 토막으로 쪼그라 들었다.

공인중개사들도 "지난달부터 거래가 줄기 시작해 이번 달 들어서는 사실상 얼어붙은 수준"이라며 "매수·매도 양측이 서로 견제하며 눈치 싸움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 아파트값은 좀처럼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상승률 0.01%를 유지했다.

상승세는 꺾였지만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게걸음' 횡보다.

그렇다 보니 집값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채 급매물과 신고가가 뒤섞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급매물을 예로 들며 '아파트값 하락 전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시장은 '거래 실종 속 신고가 속출'이라고 정반대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관점에 따라 양측 모두 맞을 수도, 반대로 모두 다 틀렸다고도 할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지금 집을 사면 상투(고점)"라는 주장과 "결국엔 또 올라간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 30대 중저가아파트 수요가 집값하락 막아

'거래 절벽'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왜 좀처럼 내림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여전한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1차 원인으로 꼽는다.

법인과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서울 강북 등지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결국 아파트값은 올라간다'라는 믿음에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저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노원구에서 아파트를 장만한 한 30대 직장인은 "앞으로 (아파트값이) 내려갈 가능성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빚을 내면 살 수라도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마저도 불가능할 것 같아서 매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거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서울 강북 지역 등 저가 아파트 단지는 매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 거래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아파트 매매량은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절반 이상 줄었지만, 30대의 구매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올해 1월 30.4%에서 2월 33.0%로 증가했다가 3~5월 30.3%, 28.5%, 29.0%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다시 6월 32.4%, 7월 33.4%로 올라갔고 지난달에는 36.9%까지 치솟았다.

◇ '추가 매물' 여부가 하락세 반전 포인트

이런 횡보가 얼마나 지속할지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금이 집값 하락 전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내년 6월부터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이 대폭 증가한다. 2주택자는 현재 10%포인트(p)에서 20%p로, 3주택자는 20%p에서 30%p로 각각 10%p씩 올라간다. 이에 3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 최고세율은 72%까지 높아지게 된다.

집을 팔아 남긴 차익의 7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도 3.2%에서 6.0%로 대폭 인상됐다.

기준점이 되는 아파트 공시지가는 이미 오른 상태여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종부세의 부과 기준일도 6월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의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파트 거래량이 많이 감소했고, 매물이 쌓이지는 않는 분위기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이 크게 벌어져 있다"며 "이런 줄다리기 국면은 연휴 이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임경인 KEB하나은행 세무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실익을 따져보면 집을 파는 게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연말부터는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신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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