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할인 행사 활용하기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와인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니 와인을 마시되 좀 더 슬기롭게 와인을 즐기면서 재테크 생활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

세상이 라임이다 옵티머스다 하는 금융문제로 어수선하기도 하니 재테크라는 차원에서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몇 차례로 나누어 알아보기로 한다.

와인 애호가라면 지금쯤 단골 매장이나 여러 와인 매장에서 와인 장터나 와인 할인행사 안내가 문자로 날아오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블랙 프라이 데이보다도 빨랐던, 우리나라에서의 와인 분야에서의 와인 빅세일 행사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

와인나라 10주년 장터 현장.
와인나라 10주년 장터 현장.

우리나라의 와인 대규모 할인 행사는 와인나라가 2002년부터 실행한 ‘와인 장터’에서 비롯한다.

‘와인 장터’는 와인 문화 불모지인 상황에서 와인 문화를 보급은 해야 하겠는데 와인 가격까지 다른 주종에 비해 너무 비싼 상황에서 와인 문화 보급을 운동 차원(?)에서 전개하여 와인을 명분있게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낸 마케팅 차원의 신조어였다. (당시 이 신조어를 만든 마케팅 실장은 프랑스 유학파로서 현재 출판사 사장이 되어 있고 그 동안 몇 권의 와인 서적을 발행했다.)

창고에서 라벨에 때가 묻거나 라벨이 손상된 와인들을 단돈 1,000원에 판매하는 코너와 명품 와인들을 한정판으로 저렴하게 사은 차원에서 판매하는 코너, 적체 재고나 절품해야 하는 와인들을 평소보다 50~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코너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었다.

처음에는 1년에 단 한 번 봄에 4일간만 개최했는데 지금은 봄가을로 2번 개최하고 있다.

당시 3대 일간지에 이 기사가 게재되었는데 놀랍게도 고객들이 여수, 광주, 대전, 부산에서까지 신문조각을 오려 들고 와인나라 매장을 찾아주었다.

그 이후 4년간 장터가 열릴 때면 와인나라 매장에 매장 오픈 최소 두 세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진풍경이 사라진 것은 대형 마트에서 와인을 본격 취급하면서 유사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부터였다.

대형 마트에서 오늘날과 같은 와인 코너를 본격적으로 별도로 만든 것은 2005년 이마트 양재점이 처음이었고 백화점에서도 본격적으로 와인 셀러를 둔 와인 매장을 꾸민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 이전에 와인나라 매장으로 고객들이 모여들던 고객들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저렴한 와인을 사기 위해 와인 전문점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 사라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서 고급 명품 와인이나 유명 브랜드 와인의 한정수량 할인 판매분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미끼 삼아 전체 수량도 몇 개 안되면서 터무니없이 저렴하게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던지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와인 인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입사가 어렵게 만든 브랜드 이미지를 대형 유통사들이 손상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와인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불신을 초래한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2006년 이후 와인 장터를 모방해서 대형 유통 매장들에서도 연례행사처럼 최소한 1년에 두 번은 이런 빅세일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와인 장터의 법적 지적소유권이 없어서 그랬는지 당시에는 대형 유통기업들에서도 이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와인나라야 원조이니 지금까지 그 용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 수입사들은 왜 이렇게 저렴하게 팔 수 있는 것을까?

세상 3대 거짓말 중의 하나가 장사꾼이 손해보고 준다는 것이라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혹자들은 '평상시에도 그렇게 판매해도 될 것을 와인 수입사들을 포함한 와인 유통회사들이 평소에 지나친 마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일견 충분히 일리있는 의심같지만 그렇게 따지면 '다른 전자제품이나 의류들의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면 막상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의외로 소비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기도 하다.

이유는 이렇다.

와인은 농산물이다 보니 매년 생산이 되고 수입사 입장에서 특정 브랜드의 국내 수입 독점권을 유지하려면 매년 최소한 시장 성장률 이상의 구매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가 존재한다.

그런데 국내에 수입되는 브랜드가 워낙 많다 보니 (최소 3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1년에 일천만 원도 판매하지 못하는 와인들이 수두룩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적체 재고 해소와 다음 해의 수입 자금확보 차원에서 그리고 와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할인 판매를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더 이상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절품하는 경우 그 남은 재고 와인들을 최대한 빨리 판매하는 것이 관리비용을 줄이는 것이므로 할인행사에 내놓게 된다.

세번째는 창고에서 수많은 와인들을 관리하다 보면 라벨이 손상되거나 라벨에 때가 묻어 지우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런 와인들은 품질에는 이상이 없으나 고객들이 매장에서 외면하게 되므로 어쩔 수 없이 저렴하게라도 판매하는 것이 낫다.

와인 장터 이전에는 직원들 회식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사은 차원과 홍보 차원에서 고가 와인을 저렴하게 할인 행사에 내놓는 경우이다.

데일리 와인만을 마시는 애호가들에게 고품질의 고가 와인을 저렴하게 마실 기회를 제공해서 고가 와인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나름의 고객 유도 정책이다.

사람은 고급을 향유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지 않는 한 하향 이동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믿음도 이런 할인을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와인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의 습성중의 하나가 평소 즐기는 것을 계속 즐기려는 심리가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확인된 기존 것을 구매하여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병존하는데 와인 가격이 비싸면 호기심 충족보다는 안전한 쪽을 선택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새로운 것으로의 지평을 넓혀보라는 와인 판매상 나름의 배려와 마케팅 전략도 숨어 있다.

그럼 이게 왜 와인 재테크가 된다는 것일까?

사람들에게는 1년에 써야 하는 비용이 분야별로 정해져 있는 편이다.

같은 예산을 가지고 보다 많은 양과 다양한 맛과 향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재테크인 셈 아니겠는가? 절약도 재테크라는 말이다.

알뜰살뜰하게 와인 할인 행사를 현명하게 이용하면 재테크가 된다는 말이다.

와인 할인 행사를 제대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와인 생활의 비결은 이렇다.

우선 늦가을에 겨울 김장을 준비하는 기분으로 1년에 두 번, 봄(4~5월)과 가을(9~10월)에 각각 크게 열리는 대규모 와인 할인행사에서 6개월치를 미리 구매해놓는 것이다.

구매를 할 때도 데일리 와인과 생일 등 기념일에 사용할 특별한 와인을 구분하여 구매하는 것이 슬기로운 와인 생활의 포인트 중의 하나다.

6개월치 데일리 와인을 어디다 보관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데일리 와인을 자외선을 피해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악취가 없는 곳에 눕혀서 보관하거나 박스에 넣은 채 층층이 많이 쌓아 놓으면 된다.

특히 온돌시스템에서 바닥에 직접 닿게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6개월 정도에 소비할 와인은 굳이 와인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없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마시기 서너 시간 전쯤에 냉장실에 넣었다가 꺼내 마시면 된다. 아니면 아침에 출근하면서 넣어놓았다가 퇴근해서 천천히 따라 마셔도 되고.

레드 와인의 경우 여름철에는 마시기 한 두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마시면 좋다.

두 와인 모두 급하게 마시고 싶으면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른 후 얼음을 잠시 넣었다가 꺼내도 되고 이게 물에 희석될까 걱정이 되면 냉동실에 화이트는 1시간 정도, 레드는 30분 정도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마시면 된다.

다만 냉동실에 넣은 것을 잊어버리고 서너 시간이 경과되면 얼어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파클링 와인은 병이 깨지는 경우도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데일리 와인의 경우도 평소 선호하던 브랜드나 품종, 국가의 와인외에도 전혀 새로운 세계의 와인도 일정 수량 확보해서 즐겨보는 것이다.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저렴하게 구매했으니 덜 억울하고 세상에 이런 와인도 있다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런 종류를 즐기는 사람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이해하는 범위를 넒혔다고 자위하면 된다.

좀 더 슬기로운 와인 생활의 하나는 기왕이면 지인들 몇몇과 논의해서 각각 종류별로 나누어 산 다음에 가끔 모여서 함께 각자가 산 와인을 나누어 마시는 와인 공유의 세계를 즐기는 것이다.

혼자 한 종류 한 병을 다 마시느니 최소 5~7명이 모이면 5~7종류를 맛보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울 수 있으니 현대판 풍류쟁이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왜 하필 5~7명이냐?

한 종류의 와인을 제대로 맛보려면 한 잔에 100~150ml 정도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와인 장터를 활용한 슬기로운 와인생활 와인 재테크의 한 가지 지혜를 터득했으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디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찾아볼 일만 남았다.

실행만이 내 것이고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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