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젊은 피 대거 수혈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선처 로비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독립과 굴기를 위한 ‘타산(塔山) 프로젝트’의 성공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분명 고난의 행군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화웨이가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의 본격적인 제재 이후 압박의 강도가 더욱 세지자 일부 화웨이 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이탈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마이 웨이’를 부르짖고 있다. “절망 속에서 희망도 볼 수 있으나 아직 그 정도도 아니다.”라는 판단 하에 열심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뛰고 있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우선 중국의 저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중국이 2015년 3월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 하에 출범시킨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와 1000명의 초일류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 계획’ 추진을 통해 관련 분야 인력과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진짜 그렇지 않나 보인다.

여기에 바늘 만들 기술자조차 부족했다는 지난 세기 60년대에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 및 수소폭탄, 인공위성)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사실에서 보듯 이른바 무중생유(無中生有·무에서 유를 창조함)의 저력까지 더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등과 비교할 때 메모리 분야에서만 평균 5년 전후의 기술력 차이가 나는 것은 역시 간단히 해결하지 못할 어려움이라고 해야 한다.

설사 꽤 많은 시간과 각고의 노력을 투자해 따라간다고 해도 한미 및 대만과의 초격차가 확연하게 줄어든다는 보장도 없다.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TSMC 등이 가만히 ‘타산 프로젝트’를 보고만 있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와 대만 기업들의 기술을 쫓아가다가 볼 일 다 보게 된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과를 초스피드하게 불러오는 방법에 혹하게 될 수밖에 없다. 역시 해외의 기술에 눈을 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화웨이의 초특급 인재 확보 프로그램에 의해 스카우트된 한 천재 기술자의 소식을 전하는 중국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이런 인재들은 화웨이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검색엔진 바이두(百度)]
화웨이의 초특급 인재 확보 프로그램에 의해 스카우트된 한 천재 기술자의 소식을 전하는 중국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이런 인재들은 화웨이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검색엔진 바이두(百度)]

화웨이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사실을 모를 까닭이 없다.

세부적인 대책 마련에도 미리 눈을 돌린 바 있다.

지난해 1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1차 제재의 기치를 들었을 때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프로그램들을 채택, 본격화하기도 했다.

예컨대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할 능력을 보유한 국내외의 젊은 중국인 인재를 대거 스카우트하는 이른바 ‘톈차이사오녠(天才少年)’ 프로젝트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노력을 더욱 필사적으로 경주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접근하기가 비교적 쉬운 한국의 인력에 대한 유혹을 행동으로 옮길 개연성 역시 다분하다.

무차별적으로 금전을 살포한다면 대규모 인력을 스카웃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연봉과 파격적인 액수의 주택 수당 및 자녀 국제학교 교육비 전액 제공이라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솔직히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한다.

한때 SMIC의 기술 자문역으로 일한 한국인 H 모씨가 “중국인들은 통이 엄청나게 크다.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쳐다도 보지 않고 버릴지언정 회사 사장보다 연봉을 많이 주기도 한다.

중국 스타일의 특별대우와는 거리가 먼 30∼40대의 한국인 반도체 기술자들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화웨이가 이미 명단도 다 작성,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화웨이가 한국 반도체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닌 것이다.

최근 한 행사장에서 5G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위청둥 소비자부문 CEO. 화웨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엄살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최근 한 행사장에서 5G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위청둥 소비자부문 CEO. 화웨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엄살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이런 현실을 보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려는’ 화웨이의 생각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타산 프로젝트’의 미래가 충분히 낙관 쪽으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물론 비관적 관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압박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한미 및 대만 인력을 저인망으로 훑어 확보하려는 노력 등의 꼼수마저 통하지 않을 때는 진짜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우리는 반도체 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도 고성능 칩을 대량 생산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비관적으로 토로한 게 결코 엄살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

프로젝트 출범이 전화위복의 ‘신의 한 수’가 아니라 독이 든 성배가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낙관적 관측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수면 하에 숨겨진 이유는 꽤나 많이 존재한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화웨이와의 거래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퀄컴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최근 화웨이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한 조치를 철회해달라는 식의 로비를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만약 로비가 조금이라도 통한다면 다른 기업들 역시 같은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반도체 굴기의 깃발을 높이 들기 시작한 2014년부터 무려 50여개나 되는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는 현실도 거론해야 한다.

현재 이 사업들에 투자된 액수만 2500억 달러(291조 원)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맨 땅에서 ‘타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이외에도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열망, 미국의 제재가 100% 완벽하게 실시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감안할 경우 아무래도 미래를 더 낙관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맞지 않나 보인다.

이 경우 시간이 갈수록 전세는 역전돼 미국도 손을 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이 온갖 비관적 관측과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 ‘타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이제 분명해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삼성을 극복하겠다는 화웨이의 야심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은 미래라는 사실은 분명한 현실이 아닌가 보인다. (화웨이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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