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집값이 심각 단계를 넘어 미쳐 날뛰는 수준이다.

‘몇 억원’이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자고 일어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 있다.

전세 값도 하루가 멀다하고 ‘억’ 단위로 더 올려달라고 악쓰는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월 말 '전세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입법과 졸속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점이 충분히 지적되고 예견됐었다.

그러나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의 결과는 전세 시장 안정은 커녕 ‘전세 대란’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서울 주간 전셋값 상승률도 주택임대차법 개정 직전 0.29%에서 최근 0.51%로 뛰었다. 수도권 상승률도 0.21%에서 0.51%로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수도권 뿐만이 아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광역시도 상승세가 이어져 전세 대란은 전국적이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며 내놓은 각종 세제·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의 정책도 집값은 못 잡고 널뛰는 집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안정된다, 기다리라'고 한가한 소리다.

집값이 나라가 망할 때까지 계속 오르진 않을 게 분명하다.

언젠가 한번 아니 우리 살아 생전 두번쯤은 정부와 여당의 바람과 예상처럼 내려가거나 안정될 때가 있을 터이니 그때까지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기다리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진단에 엉터리 처방전을 내놓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우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했어도 한 번도 잘못했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집값 오르는 것도 투기수요 때문이고 전월세 폭등도 몇 년 째 이어진 저금리 때문이란다.

심지어 전 정권의 부동산 부양책 탓에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억지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 여론은 ‘소귀에 경 읽기’다.

한때 교육부만 손 놓고 있으면 우리나라 교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요즘은 ‘김현미 장관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까.

문재인 정부 집권 내내 잘되면 내 덕이고 못되면 남 탓이다.

오는 18일 별도의 전세 대책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이 역시 ‘맹탕’일 것이란 전망이다.

수요과 공급이라는 가장 단순한 시장논리를 외면한 채 규제로만 접근하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백전 백패,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기성세대가 아닌 우리 자식들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자고 나면 몇 억씩 오른 집값을 보면서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해서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열심히 일해서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집을 장만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일자리 대신  돈 되는 집을 찾아다니는게 훨씬 더 부자로 살 가능성이 높다.

현금 많은 부모 잘 만난 젊은이들 말고는 계층 간 이동 사다리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다.

흙 수저로 태어났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직장 얻고 결혼해서 신용대출로 서울에 집 한 채 살려고 해도 사방이 꽁꽁 막혔다.

정부가 신용대출까지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혼부부들이 1~2억씩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심지어 집 얻을 형편이 안되는 젊은이들은 아예 결혼 조차 포기하고 독신을 고집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신통방통한 아이디어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화제다.

남편 이름으로 집을 사면서 남편은 1억 미만의 신용대출, 아내는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아 보태는 식이면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신용대출 규제는 개인 차주 단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안되는 신혼부부들은 특별공급을 노리고 아예 결혼 전에 혼인신고부터 하는 ‘웃픈 현실’도 눈에 띈다.

정부는 현재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맞벌이 120%) 이하인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을 130%(맞벌이 140%) 이하로 완화했다.

연봉 9000만원대 맞벌이 신혼부부도 내년 1월부터는 공공분양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부합계 세전 연소득 8000만원 정도까지만 특별공급 대상이었다.

당연히 맞벌이 신혼 부부는 공공분양 특별공급을 받기가 유리해졌다.

그래서인지 집값이 최근의 결혼 풍속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얼마 전까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결혼식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있었다.

이혼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혼인신고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곤란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요즘 Y세대들 사이의 세태에서는 합리적 선택일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로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혼인신고부터 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워낙 집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혼인신고부터라도 해서 공공분양 특별공급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집이 뭐라고 우리 자식들의 결혼풍속까지 바꿔놓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