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은 썩기 마련, 새로운 먹거리 발굴 시급해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지난 세기 말인 1999년 겨울 버팔로 뉴욕주립대학원 컴퓨터학과의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실리콘밸리 내 인포시크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23세의 중국인 청년 리옌훙(李彦宏.52)은 인생 일대의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엄청난 연봉을 보장하는 인포시크의 안정된 생활을 즐기느냐 그렇지 않으면 귀국 후 창업이라는 형극을 걷느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봉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그렇게 깊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평소 생각이 가는 쪽으로 마음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당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던, 모교 베이징대학 인근의 중관춘(中關村)으로 돌아가 창업을 한다는 생각이었다.

얼마 후 그는 진짜 다른 동업자 두 명과 함께 중관춘의 한 귀퉁이에 소재한 작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2000년 1월 1일 송(宋)나라 시대의 시인 신기질(辛弃疾)의 『청옥안(靑玉案)』 「원석(元夕)」에 등장하는 ‘중리심타천백번(衆里尋她千百度.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천백번 찾았네)’라는 싯귀에서 찾아낸 바이두를 회사 이름으로 정하고 공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훨씬 앞서 출사표를 던졌던 신랑(新浪) 등의 선발주자들도 당시 세계의 검색엔진 시장을 지배하는 야후와 구글의 아성에 고전하는 상황에서는 다소 무모한 진출로 보였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중국의 엄청난 인터넷 인구는 이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켰다.

애국적 누리꾼의 증가가 놀랍게도 허약하기 그지없이 보였던 바이두가 망하는 길로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완전 그 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이두는 출범 고작 1년 만에 일거에 시장의 거인이 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5년에 나스닥에 상장된 사실이 무엇보다 이를 잘 말해준다.

더구나 이후 업계 공룡 야후가 헤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상황도 도래했다.

바이두 출범 10년 후의 상황은 더욱 기가 막히게 변했다.

우선 구글이 중국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아예 한술 더 떠 구글을 차단해버렸다.

이제는 맹목적인 애국주의자가 아닌 누리꾼들도 바이두를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바이두의 중국 내 점유율은 어부지리 효과까지 등에 업은 채 무려 70%까지 올라가게 됐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길이었다.

바이두 본사가 자리잡은 베이징 중관춘의 전경./제공=바이두 홈페이지.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애플의 아이폰에 기본 검색엔진 빙(Bing)이 밀려난 사실이 분명히 증명해준다.

당연히 빙을 대체하는 것은 바이두이다.

각종 통계도 간단치 않다.

우선 시가총액을 꼽을 수 있다. 400억 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타격을 받은 경제 상황에서도 2020년의 예상 총 매출액은 1100억 위안(元. 18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직원 수 역시 조만간 5만 명을 가볍게 넘어설 예정으로 있다.

사업 내용도 공룡답게 광범위하다.

우선 포털 사이트 ‘바이두 뉴스’를 꼽을 수 있다.

각종 뉴스를 취합해 보여줄 뿐 아니라 내용 및 제목의 검색도 가능하다.

‘바이두톄바(百度贴吧) 역시 꼽아야 할 것 같다.

특정 주제를 기본 베이스로 해 바이두에 가입한 유저들이 이것저것 얘기하는 포럼으로 각종 분야의 관련 정보가 풍부하다.

해당 포럼에서 전용 이미지 갤러리를 돌리는 게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두즈다오(百度知道)’는 한국으로 따질 경우 네이버의 ‘지식iN’과 비슷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유저가 질문을 올리고 이에 대답이 올라오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외에 ‘바이두MP3’를 비롯해 ‘바이두두편(百度圖片. 이미지 서비스)’, ‘바이두핀다오(百度频道. 바이두 채널)’, ‘바이두디투(百度地圖. 지도 서비스)’ 등도 거론해야 한다.

지적 재산권 문제와 관련한 문제점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하나 같이 해당 분야에서는 극강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바이두는 2005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리옌훙 회장과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제공=바이두 홈페이지.

물론 최근에는 그동안 너무 잘 나간 탓에 위기에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없지 않다.

베이징에서 활약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평론가 인싱르(尹星日)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바이두는 막강한 내수 시장 덕에 경쟁을 별로 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섰다. 사업이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 미국이 공격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고인 물은 썩는다. 새로운 먹거리를 통해 외형을 확대하고 덩치를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인 씨의 분석처럼 현재 바이두가 직면한 상황은 정말 낙관을 불허한다.

무엇보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ICT 경쟁 기업인 알리바바와 텅쉰(騰訊)에 밀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약속이나 한 듯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사업 기반을 갖춘 두 기업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틱톡이 비록 미국의 제재를 받고는 있어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사실까지 더하면 바이두의 위기는 피부로 확실하게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해도 괜찮다.

당연히 이런 위기 상황을 바이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인공지능(AI)에 올인하면서 기울이는 각고의 행보가 그렇지 않을까 보인다(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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