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쟁점 거론한 '3자배정 유증외 대안' 놓고 "가능성 있다" vs "현실성 없다" 여론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진칼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최종판결을 앞두고 한진그룹과 KDB산업은행, 사모펀드 KCGI 등 '3자 연합'이 막판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재판부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발행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여부를 쟁점으로 거론하면서 양측은 이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 한진그룹 "3자배정 유증외 대안 있나...강성부는 솔직히 답하라"

한진그룹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100가지도 넘는 대안 만들 수 있다는 KCGI 강성부 대표는 솔직히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KCGI가 지금까지 제시한 대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강성부 대표가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라는 공세다.

그러면서 KCGI가 내놓은 사채발행과 주주배정 유상증자,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대한항공에 직접 유상증자 등 대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사채 발행은 원리금 상환 부담의 규모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했다. 주주배정 유증은 2~3개월이 걸리는 시간적 한계가 있고, KCGI가 야기한 경영권 분쟁 이슈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높게 주가가 형성돼 필요자금 조달이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자산 매각 방식 또한 적시에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게 대한항공측 주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냉각으로 적정 투자자를 찾기 어렵고,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에 대한 공로패를 전달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에 대한 공로패를 전달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은이 대한항공에 직접 제3자배정 유증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KCGI의 주장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분 유지 조건을 충족시지키 못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만약 산은이 유증으로 대한항공에 직접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한진칼 지분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분 조건인 20% 미만으로 떨어져서다.

따라서 산은이 견제·감시를 위해 자본 참여 방식으로 보통주식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3자 배정 신주발행 외에는 방안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강성부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공업을 재편하기 위한 대안을 100가지도 넘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강성부 대표는 더 이상 말로만 대안이 있다고 주장하지 말고, 만들 수 있다던 100가지도 넘는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KCGI가 구체적이라며 제시했던 대안들이 법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현실성 없는 대안임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상황"이라며 "강성부 대표의 주장은 ‘법도 모르는 아마추어’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한진칼 본사 매각 주장에 대해서도 "'사옥부터 팔아야 하지 않느냐'는 강성부 대표의 언론 인터뷰 언급은 끝끝내 숨기고 싶었던 투기세력의 모습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며 "임직원의 일터가 되는 자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팔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일자리를 가볍게 보고 사익만을 추구하는 투기 세력임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그룹은 "국가 기간산업인의 ‘생존’, 그리고 10만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번 통합 과정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KCGI "가처분 인용땐 딜 무산?...법원 겁박말라"

반면 KCGI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공론화를 거쳐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산은이 발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반박이다. 

KCGI는 이 방안이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한진칼이 산은에 신주를 발행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KCGI는 "얼마 전까지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장담하던 산은은 가처분이 인용되면 딜이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갑자기 주장한다"며 "이는 법원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항공업 재편은 관련 회사 주주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 관계 당국, 납세자이자 소비자인 국민, 항공업 내외부 전문가의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5일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기일을 열고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재판부는 27일까지 상대방 주장에 관한 반박 서면을 제출하라고 주문한 뒤 심문을 종결했다. 한진칼 유상증자 일정을 고려할 때 가처분 결과는 늦어도 내달 1일까지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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