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허창수 이재현 박정원 박현주 정몽규 "우리는 동문"
CEO 30%는 SKY 출신 차지 10년전 보다는 14.5%p 줄어

고려대 캠퍼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고려대 캠퍼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1000대 기업을 맡고 있는 총수와 CEO들의 학벌을 조사해 보니 총수의 3분의 1 가량은 고려대 출신이며, CEO의 30%는 이른바 SKY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2007년 60%에 육박했던 SKY대학 출신 CEO들의 독점 현상은 크게 감소해 기업들의 학벌 중시 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2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조사한 '2020년 국내 1000대 기업 CEO 출신대 및 전공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먼저 국내 30대 그룹 총수의 3분의 1 가량은 고려대 출신이었다.

SK 최태원 회장, GS 허창수 회장, CJ 이재현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회장, HDC 정몽규 회장, KCC 정몽진 회장이 동문 기업가들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LS그룹 구자열 회장, 삼양그룹 김윤 회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고려대 출신 오너급 경영자들만 한 자리에 모여도 웬만한 경제단체보다 위상이 높은 셈이다.

국내 1000대 기업 CEO(1633명)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역시 서울대로 243명(14.9%)에 달했다. 

CJ제일제당 손경식 회장, 한국단자공업 이창원 회장, 동진쎄미켐 이부섭 회장, 한샘 조창걸 창업자, 삼양통상 허남각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 주요 오너급 중에서는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휴맥스 변대규 회장 등도 서울대 동문이고, 녹십자 허은철 사장은 70년대생 서울대 출신 젊은 오너가에 포함됐다. 

이어 고려대 121명(7.4%), 연세대 114명(7%) 순으로 높았다.

연세대 출신 CEO 중에서는 여성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클리오 한현옥 대표이사,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 인지디스플레이·싸이맥스 정혜승 부회장, 콜마비앤에이치 윤여원 대표이사가 연세대 동문이다.

[그래프 제공=유니코써치]

[그래프=유니코써치 제공]

SKY대학 출신 비율은 줄고 있는 추세다. 

올해 조사 대상자 중 SKY대학 출신 CEO는 29.3%(478명)였는데,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10년( 43.8%)과 비교하면 14.5%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또 500대 기업 대상으로 조사했던 지난 2007년 59.7%와 견줘보면 30%p 넘게 줄어든 것으로, 당시 재계에서 10명 중 6명이 SKY대학 출신이던 것에서 지금은 3명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 2008년 이후 40%대를 유지해오던 SKY 대학 출신 최고경영자는 2013년 들어 39.5%로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29.4%로 30% 밑으로 처음 감소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0.1%P 더 낮아졌다.

올해 조사에서 20명 이상의 CEO를 배출한 대학으로는 ▲한양대(79명) ▲성균관대(45명) ▲중앙대(39명) ▲부산대(37명) ▲서강대·한국외국어대(각 33명) ▲경북대(26명) ▲경희대(25명) ▲인하대(24명) ▲영남대(22명) 순이었다.

지방대 가운데에서는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세 곳이 20명 이상 되는 CEO를 배출하며 지방  명문대의 위상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부산대 출신으로는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 등이 활약 중이고, 경북대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 LG이노텍 정철동 사장,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수일 사장이 있다.

KT&G 백복인 사장, 한미약품 우종수 사장,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등은 영남대를 나온 동문 CEO다.

[그래프 제공=유니코써치]

[그래프=유니코써치 제공]

한편 지난해 조사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이공계 출신 CEO는 올해 46.4%로 줄었다. 연도별 이공계 출신 비율은 2011년 43.9%→2012년 44.4%→2013년 45.3%→2019년 51.6%로 증가 추세를 보여 오다가, 올해 그 감소세가 한 풀 꺾인 양상이다.

반면 경영·경제학 등 상경계열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이번 조사 대상자 중 학부별 전공까지 파악 가능한 CEO 중 경영학도 출신이 2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학도 7.7%로 나타났다. 두 전공자 숫자만 해도 30%에 육박할 정도로 CEO 사이에 인기를 끄는 전공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경영학도 중에서는 SKY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CEO만 해도 100명을 넘었다. 특히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 39명으로 가장 많아 CEO 최고 요람지의 아성을 지켜냈다. 이어 고려대 경영학 35명, 연세대 경영학 33명 순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대표적인 CEO로는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1955년) 회장, 이수화학 김상범(1961년) 회장을 비롯해 LG 권영수(1957년) 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1961년) 사장, 대한항공 우기홍(1962년) 사장, 메리츠화재 김용범(1963년) 부회장, 광동제약 최성원(1969년) 부회장 등이 대학 선·후배 경영자로 파악됐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재계는 학벌 위주에서 탈피해, 시대 변화 흐름을 빨리 읽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있는 추세"라며 "자신만의 역량과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래프= 유니코서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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