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의인상을 받은 전옥례씨(오른쪽)와 남편 유성기씨(왼쪽) [사진=LG복지재단 제공]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지난 36년간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홀로 남겨진 영유아 119명을 양육해 온 '위탁 양육계의 대모' 전옥례(74)씨가 LG 의인상을 받는다. 

LG복지재단은 국내 최고령 위탁모 봉사자인 전씨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위탁모 봉사는 부모나 가족이 키우지 못하는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입양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말한다.

전씨는 국내 350여 명의 위탁모 중 최고령이자 35년 넘게 계속 활동한 유일한 봉사자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장기간 위탁모 봉사를 할 경우 몇 개월에서 몇 년을 쉰 뒤 다시 아이를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면서 "전씨는 올해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있던 아들이 귀국해 자가격리 하는 1개월을 빼고는 36년 동안 쉼 없이 아이들을 돌봐왔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지난 1984년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으로 이사한 후 인근에 위치한 '동방사회복지회'의 위탁모 활동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생 두 아들을 키우던 전씨에게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울 때마다 큰 일이 생길까 잠 못 자며 마음을 졸였다.

전씨는 "아이를 떠나 보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다 보니 이제는 평생 흘릴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것 같다"며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데리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씨는 전문적인 질병과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마다 않고 자발적으로 맡아 양육해 왔다.

지난 2008년 돌봤던 유진(가명)이는 미숙아라 심부전과 기흉을 앓고 있었는데, 전씨의 정성으로 몸이 많이 회복된 상황에서 약사인 양부모를 만나 심장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8년 생후 6개월이던 영한(가명)이는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불편해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전씨가 수술까지 시켜가며 정성을 다해 돌봐 이듬해 입양을 보낼 땐 건강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전씨는 생후 1개월때부터 두 돌이 넘을 때까지 오랜 기간 키웠던 아이가 발달 지연과 자폐로 결국 입양되지 못하고 보육 시설로 가게 되자,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장해서 한국을 방문할 때 전씨를 친부모처럼 찾는 경우도 많았다.

전씨의 36년 봉사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남편 유성기(73)씨는 항상 목욕과 식사준비 등을 도와주며 이미 육아 전문가가 다 됐고, 어릴 때부터 위탁 유아들의 헝겊 기저귀 빨래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던 두 아들은 불혹이 넘은 지금도 시간 이 날 때마다 전씨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전 씨는 상을 받은 뒤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돌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따뜻한 소감을 남겼다.

LG복지재단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동방사회복지회관에서 전옥례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LG공익재단 대표 정창훈 부사장, 전옥례씨. [사진=LG복지재단 제공]

한편,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에는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총 1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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