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바짝 추격 중, 나스닥 상장 시총만 1400억달러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세상의 모든 만물이나 현상은 처음에는 대체로 미미한 것에서 출발한다.

성경과 고전 장자(莊子)에 나오는 “처음은 미미했으나 나중은 창대했다.”라는 말은 진짜 불후의 진리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거인 알리바바를 바짝 추격하는 징둥(京東)닷컴(이하 징둥) 역시 그랬다.

1998년 창업자 겸 회장인 류창둥(劉强東. 46)이 단돈 1만2000 위안(元. 204만 원)으로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징둥멀티미디어’를 창업, 성공할 때까지만 해도 지금의 어마어마한 모습은 진짜 상상불허였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는 당시 전자상거래 사업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와 징둥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정말 운명적으로 그와 회사를 전자상거래의 대해(大海)로 밀어 넣은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사스는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역병이었으나 나름 전 중국에 상당한 피해를 가져왔다.

당연히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프라인 판매업체들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징둥이라고 용빼는 재주는 없었다.

류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나중에는 쌓여가는 재고를 헐값으로 처분하려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했다.

마침 그때 한 직원이 제품들을 인터넷으로 판매하자는 제안을 했다.

류 회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즉각 직원의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겼다.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후 게시판에 이벤트를 공지하고는 주문도 받기 시작했다.

혹시나 했던 전략은 완전 대박이었다.

흥분한 그는 전체 직원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가졌다.

난상토론 끝의 결과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자는 결정이었다.

빚을 내서라도 회사의 규모를 키우자는 선택 역시 내려졌다.

2004년의 일이었다.

이제 징둥은 그 혼자만의 회사가 아니었다.

당시 시장을 장악해가던 알리바바와의 진검승부는 곧 도래할 것만 같았다.

그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진짜 그렇게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스의 종식은 작심하고 내린 징둥의 통 큰 결정을 비웃었다.

다시 오프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사업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회사는 폐업을 고민할 상황에 봉착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일부 직원들이 알아서 회사를 나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산의 그림자가 징둥 직원들의 뇌리에서 본격적으로 배회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이좡(亦莊)에 소재한 징둥의 본사 전경. 중국의 아마존을 노릴 만큼 위용이 대단하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그러나 한 번 위기를 극복해본 경험이 있는 징둥 경영진들에게는 직진 DNA가 있었다.

망할 때 손을 들더라도 최선은 다해보자는 오기 역시 발동이 됐다.

배수의 진 같은 전략이 없을 까닭이 없었다.

짝퉁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우선 꼽을 수 있었다.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랬으니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한다는 철칙은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었다.

징둥의 노력은 곧 반전을 가져왔다.

고객들이 보는 눈이 있었는지 제품들이 완전 불 티 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2009년까지 5년 동안은 연평균 무려 300%의 성장을 이룩하게도 됐다.

징둥은 계속 몸집을 불린다는 새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됐다.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결실은 2014년 나타났다.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텅쉰(騰訊. 영문 이름 텐센트)의 투자를 유치, 대주주로 영입하는 데에도 성공한 것이다.

2014년 5월 미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도 좋았다.

이후에는 더욱 거칠 것이 없었다.

월마트와 구글의 투자까지 유치했다면 말 다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두 글로벌 그룹은 미중 무역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시장을 동남아시아를 비롯,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대거 넓히려는 징둥의 계획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향후 전쟁이 원만하게 종료되거나 상황이 좋아질 경우 사업은 더욱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ICT(정보통신기술) 평론가인 장웨이궈(張衛國) 씨는 “징둥은 알리바바와 많이 다르다. 대주주인 텅쉰의 실제 오너가 남아공의 언론재벌인 네스퍼스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한마디로 다국적 군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해소될 경우 해외 시장 확대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차원에서는 알리바바보다 앞서 있다고 봐도 괜찮다.”라면서 징둥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그의 평가가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은 현재 징둥의 나스닥 주가가 확실하게 말해준다.

징둥의 시가 총액은 무려 14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2021년에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의료, 금융 분야 등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최근의 행보까지 더할 경우 미래는 더욱 밝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지난 2018년 9월 초 징둥과 전략적 파트너인 루이(如意)그룹과의 합작 계약 직후 포즈를 취한 류창둥 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오너 리스크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당연히 징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유도 꼽아보면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 오너 리스크를 먼저 꼽을 수 있다.

류 회장은 흙수저 출신으로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절대 잊지 않는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누누이 입에 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주변이나 언론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인성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8년 8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이력이 있는 현실만 봐도 좋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나 최고 30년형이 가능한 성범죄 혐의를 받았으니 확실히 행실이나 인성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한다.

중국 언론과 재계가 지속적으로 오너 리스크를 지적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올해부터 부쩍 심해지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대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 역시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아차 하다가 당국의 철퇴를 맞을 경우 처지가 급전직하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존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쟁 상대인 알리바바가 당국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창업주 마윈(馬雲) 때문에 연일 가해지는 각종 규제와 처벌로 인해 힘겨운 겨울을 나는 것을 보면 안심할 상황은 진짜 아니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핀둬둬(拼多多)이 맹추격, 복잡한 지분 구조,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대한 사회적 비난 등까지 더할 경우 징둥이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국의 아마존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하나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드론 등까지 이용한 혁신 노력, 협력 관계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원, 엄청난 유동성을 상기하면 역시 징둥의 미래는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할 수 있다.

징둥이 중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야심은 충분히 현실적인 목표라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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