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수익성 적은데다 잠재적 경쟁사 브랜드만 키워주고 끝날수 있다" 경고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생산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급상승한 현대차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생산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급상승한 현대차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애플과 협업을 통해 '애플카' 제조에 뛰어드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진(원가·판매가의 차액)이 적은데다, 오히려 잠재적 경쟁사인 애플의 브랜드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현대차가 애플과 전기차 생산에 나서는 것은 '빅딜'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차에게 또 다른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약이 성사된다면 현대차 입장에선 글로벌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해 수고가 허투루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WSJ는 애플카 위탁생산의 수익성이 낮아 현대차에게 득이 될 요소가 적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생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현대차 공장이 단순한 '생산 기지'에 그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례로 대만의 스마트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은 현재 1~2% 수준의 적은 마진율로 애플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은 재규어의 전기차 SUV인 I-페이스를 제조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고 있지만 수익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1.1%, 2019년 2.1%로 당사의 다른 부품사업에 비해 수익율이 저조하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난다.

WSJ는 현대차도 이처럼 한 자릿수 마진을 보장받는다면 큰 의미 없는 협약이 될 수 있어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더불어 잠재적 경쟁사인 애플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WSJ는 "애플은 앞으로 미래자동차 개발에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며 "현대차가 애플이란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주면서 잠재적 경쟁사 규모만 키워주고 끝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가 자사의 노하우를 활용해 애플카 생산에 발벗고 나섰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에 자사에 이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가는 애플카 생산논의가 알려진 지난 8일 이후 급등했다. [사진=WSJ 홈페이지 캡처]

한편, WSJ는 현대차 주식이 급상승한 것이 일종의 '과열 현상'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위험요소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애플이 현대차에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협업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퍼진 지난 8일 현대차 주가는 하루만에 19%나 상승했고, 이어 11일에도 9% 추가 상승했다.

WSJ는 "현대차의 주식가치가 애플과의 협업으로 약 150억 달러(약 16조4775억원)나 급증한 것이 타당하다 보긴 어렵다"며 "아무리 애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와 협력한다 해도 언젠간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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