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수저로 출발해 시총 44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로봇이 식재료 손질에 서빙까지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은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속된 말로 대박이 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요식업 사업은 더욱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공하는 행운을 잡는 기업들은 생각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

어렵게 창업을 해도 살아남는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속설이 업계에 존재한다는 현실을 상기하면 정말 그렇지 않나 싶다.

먹는 사업이 의외로 블루 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 체인점인 하이디라오(海底撈)는 대단히 이채로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1%에 속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넘어 글로벌 훠궈 업체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매장 운영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술들을 접목시켜 스마트 레스토랑 체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최근의 상황까지 더할 경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요식업계의 대부분 업체들이 그렇듯 하이디라오 역시 쓰촨(四川)성의 젠양(簡陽)이라는 작은 시골에서 1994년 아주 소박하게 출범했다.

테이블이 고작 4개에 불과한 구멍가게였다.

지금의 하이디라오를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해도 좋았다.

창업자인 장융(張勇. 49)과 수핑(舒萍. 47) 부부도 내세울 것이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흙수저 중의 흙수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둘 모두 머리가 특별하게 영민한 것이 아니었다.

장융이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중학교 졸업 후 겨우 기술학교에 진학, 용접 기술을 배운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화궈 식당을 내기 전까지 사기 등을 당해 세 차례의 창업 실패를 경험한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네 번째로 창업한 식당은 경영이 잘 됐다.

당시 중국에서는 흔하지 않았던 고객 지상의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가 주효한 탓이 아니었나 보인다.

여기에 이제는 하이디라오의 상징이 된 현란하기 이를 데 없는 수타 쇼, 즉 현장에서 면을 직접 뽑아주는 퍼포먼스 등의 풍부한 볼거리가 크게 히트한 것도 성공에 한 몫 단단히 거들지 않았나 보인다.

하이디라오의 베이징 시내 한 매장. 늘 장사진을 이룰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시간이 흐르면서 하이디라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은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장융 부부의 완전 꽝이었던 요리 실력과는 정 반대로 음식의 맛도 좋아졌다.

특별 서비스는 더욱 강화됐다.

고객의 편안한 식사를 위해 종업원들이 아이를 대신 돌봐주거나 구두를 닦아주는 일이 하이디라오 매장에서는 아예 다반사가 됐다.

여성 고객에게 무료 네일아트 등 식당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기발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완전 ‘신의 한수’가 되기까지 했다.

샤오미를 비롯한 ICT 기업들이 이후 하이디라오의 서비스 정신을 벤치마킹한 것은 다 까닭이 있었다.

1999년 쓰촨성 밖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하이디라오의 현재 위용은 대단하다.

전국 100여 개 이상 도시에 영업을 하는 매장이 무려 6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전국 곳곳에 400여 개의 매장을 더 오픈한다는 최근의 계획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수년 내에 1000 개를 돌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출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지난해 200억 위안(元. 3조4000억 원) 전후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타격이 다소 줄어들 올해는 250억 위안을 향해 달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 진출 역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 대양주 등까지 진출해 글로벌 기업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처럼 극강의 매운 맛을 좋아하는 국가들에서는 단연 열풍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는 기현상까지 불러오고 있다.

쾌속 성장의 결과는 2018년 9월 26일 홍콩거래소 상장으로 이어졌다.

2021년 1월 중순의 시가총액은 한마디로 가공할 만하다. 무려 3200억 홍콩달러(44조8000억 원)를 넘나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뚜기의 시가총액 2조 원의 무려 20배 이상에 이른다.

기업가치가 2000억 홍콩달러라는 추산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해 창업자 장융 부부는 일거에 글로벌 부호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이디라오의 미래는 비교적 밝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영 방식이 여전히 혁신적이라는 사실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신후이청(新薈城)점 점장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경영 방식은 고객 최우선이라는 모토 하에 시간이 갈수록 진화한다. 우리 음식을 먹기 위해 길게는 2시간 넘게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음료나 과일,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요즘은 포커나 바둑 등을 둘 수 있도록 서비스도 제공한다. 어깨 마사지나 네일아트는 더 말할 필요 없다. 여전히 다 무료로 제공한다. 큐브를 맞출 경우는 서비스 쿠폰도 준다. 다른 식당들은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하라 해도 못한다.”

직원들을 파격적으로 대우하는 오랜 전통 역시 하이디라오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보통 중국 대도시의 식당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높다고 하기 어렵다.

월 4000 위안 전후로 보면 된다.

그러나 2만여 명에 이르는 하이디라오 직원들의 급여는 상상을 초월한다.

월 평균 7000 위안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평균 수준의 2배 가까이에 이른다.

하이디라오에 취업하기 위해 전국 요식업계 근로자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디라오는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최대 13개월 동안 유급 출산 휴가도 제공한다.

직원에게 제공되는 숙소 역시 놀랍다.

에어컨과 난방시설, TV, 냉장고, 와이파이 등이 설치된 아파트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숙소에서는 직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식사와 빨래를 담당하는 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 많은 직원들에게 자녀들의 학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하이디라오 베이징 매장의 풍경. 종업원 대신 모든 것을 로봇이 대신한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 전국 상당수의 매장을 스마트 레스토랑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별로 어렵지 않게 목도 가능한 이 신개념 레스토랑은 진짜 혁신적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종업원들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

종업원들의 역할은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즉각 창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손질하는 로봇이 대신한다.

이어 이 재료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배식 창구로 배달된다.

창구에서는 또 서빙 로봇이 재료들을 테이블로 나른다.

주문에서부터 재료들이 테이블에 오르기까지 사람 손이 전혀 닿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위생에 대한 염려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이 음식을 먹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연히 하이디라오도 고민은 있다.

대부분의 다른 유니콘 기업들처럼 오너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오너이자 창업자인 장융 부부가 싱가포르로 국적을 갈아탄 탓에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사실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아차 잘못하다가는 알리바바가 당하는 것 이상의 화를 입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기에 가끔 발생하는 종업원들의 일탈, 위생 문제 등까지 더할 경우 하이디라오의 미래는 100% 탄탄대로는 아니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잘 극복할 경우 하이디라오가 시가총액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극강의 글로벌 스마트 레스토랑 체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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