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개 차명ID로 '댓글 공장' 차려 경쟁 강사 비방
박광일 구속에 대성마이맥 수강생 환불요구 빗발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박광일 강사 (사진=대성마이맥 홈페이지 캡처)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대성마이맥 소속 강사 박광일씨 모습 (사진=대성마이맥 홈페이지 캡처)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입시 학원가에서 연봉 100억원이 넘는 스타 강사가 불미스런 일로 철장신세를 지게 됐다. 그는 수백개의 차명 아이디를 이용해 경쟁 상대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한성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광일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가 운영한 댓글 조작 회사 전모 본부장 등 관계자 2명도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소위 '1타'(1등 스타) 강사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다 그는 이렇게 몰락한 것일까?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약 2년 동안 회사를 차려 아이디 수백개를 만들고 경쟁 업체와 자신이 속한 대성마이맥 소속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VPN(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해 댓글을 남길 IP주소를 대량으로 생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명 '댓글 공장'을 운영한 것이다.

그의 댓글에는 박씨 자신의 교재와 강의는 추천하고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강사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발음 등 신체적 약점을 들먹이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사실 온라인 댓글 등 수강생들의 평가에 민감한 인터넷 강의 업계 특성상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 조작'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박씨의 댓글 조작 사건은 2019년 유명 수학 강사 삽자루(우형철씨)의 폭로로 처음 드러났다. 학원가의 댓글 조작 관행을 고발하고 '클린인강협의회' 결성을 주도한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박광일이 운영한 불법 댓글 조작 회사에서 일한 직원의 제보를 받았다”며 박씨의 댓글 조작 증거를 공개한 것.

이어 그는 “박광일이 필리핀 IP로 댓글 조작 회사를 설립해 300개가 넘는 아이디로 자신에게 유리한 댓글, 동료 교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했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터지자 박씨는 2019년 6월 입장문을 내고 “큰 죄를 졌다. 모든 것이 오롯이 제 책임이며 그에 따른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광일씨가 2019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박광일씨가 2019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그는 이후 수사 기관에서 입장을 번복했다. 직접 가담 혐의를 부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박씨는 “댓글 조작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고, 자신이 차린 회사 본부장과 직원이 댓글 작업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씨는 '2020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강의까지는 강의를 마무리하겠다'며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장 강의만 중단했고 인터넷 강의는 계속 진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박씨는 지난해 말 결식 학생들에 식품 꾸러미 기부, 이천시에 컴퓨터 100대 지원 등 선행을 펼쳤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선행으로 구속을 면해 보려던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박씨가 구속됐음에도 불구, 그가 소속됐던 대성마이맥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국어 박광일’을 라인업 최상단에 올려놓고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대성마이맥 홈페이지에는 환불을 요구하는 수강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성마이맥측은 공지를 통해 “국어 영역 박광일 강사가 구속됨에 따라 강좌의 정상제공에 차질이 생겨 수강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금일 중 입장과 대책을 공지하겠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수강생의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돈과 명예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일타강사 박씨의 일그러진 행동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타강사의 수입은 ‘연예인급’이다. 예컨데 현우진 강사의 추정 연봉은 200억원대. 2017년에는 분양가 250억원으로 국내 최고가 아파트 청담동 ‘PH129’ 입주민이 됐고 이듬해에는 약 320억원에 달하는 서울 논현동 소재 4층 빌딩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지영 강사도 이전부터 본인 소유 요트를 타는 모습이나 람보르기니 차량을 심심찮게 SNS에 올려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14년 이후 연봉이 100억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타강사들은 어떻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들 스타강사의 월급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학생들이 학원이나 인강 사이트에 지불한 강의료 일부를 챙기는 정률제 방식이다.

수익배분 비율은 인강(인터넷 강의)이냐 현강(현장 강의)이냐에 따라 다르다. 인강에서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과 강사가 대략 7:3 비율로 수강료 수익을 나눈다.

반면 강사의 영향력이 지대한 현강은 강사 60%, 학원 40%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매경 이코노미 등 일부 언론에 따르면 현재 ‘현강 정원 250명’이 일타강사 기준으로 통한다. 수강료는 주 1회당 7만~8만원씩 해서 월 30만원 정도. 일타강사는 보통 매월 8개 이상 강의를 진행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학원은 월 6억원을 받아 이 중 60%인 약 3억6000만원을 일타강사에게 떼 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강으로만 연봉 30억~40억원을 버는 셈이다.

인강 수익계산법은 또 다르다. 전체 매출액의 30%가 강사 매출로 지급되는데 철저하게 강의 시청 시간에 따라 배분된다. 지난 2019년 메가스터디가 온라인 강의로 벌어들인 매출은 263억3000만원. 이 중 30%인 79억원이 강사에게 돌아간다. 

부가 수입도 적지 않다. 대형 학원과 1~5년 주기로 계약할 때 받는 이적료가 수십억원에 달한다.

또 자체 제작한 교재 판매 수익도 빼놓을 수 없다. 교재 판매액을 합하면 수입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급증한다

코로나 상황도 이들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원래도 수험생 인기가 높았던 일타강사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몸값이 더욱 높아진 것.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교 수업은 물론, 학원 수업도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자 인강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명쾌한 강의, 유머러스한 입담, 짜임새 있는 커리큘럼, 호감형 외모 등은 일타 강사들의 기본 요건.

여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학벌’이 필요한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외국 유명 대학이나 SKY대 혹은 그에 준하는 명문대에서 강의 과목과 관련 있는 학과를 졸업한 경우가 많다.

대학 졸업 후 고교 교사나 단과 학원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이후 EBS 강의를 병행하거나 대치동 중대형 학원으로 이직, 오프라인 강사로서 경력을 쌓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메가스터디, 이투스, 대성마이맥 등 입시 전문업체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게 공식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특정 과목=누구‘라는 공식이 생겨나면 일타강사급 레벨에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무튼 박씨가 일타강사로는 처음 구속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댓글 조작 사건은 입시학원가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어느 누구도 모르게 댓글로 경쟁자 모두를 제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상대를 죽이려 던졌던 칼이 부메랑이 돼 결과적으로 자신이 가장 먼저 경쟁에서 탈락하게 됐다.

욕심이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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