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70억달러 투입 검토 중...30조원 투자 예고한 TSMC 의식한 듯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가 가장 작고 빠른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든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텍사스 주정부 문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 액수는 170억달러, 한화 약 19조원 수준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서 수조원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추측이 많았지만, 실제 문서를 통해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측은 미국 내 투자에 따른 대가로 오스틴시와 트래비스카운티에 앞으로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혜택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TSMC에 밀릴 수 없다…반도체 공룡들의 ‘총성 없는 경쟁’

이번에 삼성전자가 수조원대 투자에 나선 데에는 주요 경쟁사인 대만 TSMC의 투자 행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3조4904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있는 등 미국 내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어 지난달 17일엔 올해 30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투입해 경쟁사간 기술 격차를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에 대응할 만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미국 인텔과 TSMC에 밀린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인텔의 지난해 반도체 영업이익은 237억달러(26조2000억원), TSMC는 5665억 대만달러(약22조4000억원) 등 20조원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19조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TSMC의 반도체 생산 대만 공장 내부 모습. [사진=TSMC 제공]

◇ 美 오스틴과 25년간 질긴 인연…외신 ‘공장 증설’ 예측 맞아 떨어졌다

오스틴 공장에 초대형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미국 내 삼성전자의 유일한 반도체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96년 처음 공장 건설을 시작해 1998년 준공했다.

설립 당시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했지만, 이후 2011년부턴 12인치 웨이퍼에서 10나노(nm)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후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하면서 추가 공장을 건설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주요 외신들은 올초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신·증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에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11조원) 이상을 투입해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에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 보도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공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전자가 공장 증설 계획을 확정 지을 경우 올해 2분기에 착공해 오는 2023년 3분기까지 가동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서에 따르면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공장은 700만 피트(65만m2) 규모로, 새로운 일자리 1800개가 창출된다. 공장 가동시 향후 20년간 86억달러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창출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는 “삼성이 증설된 공장에서 보다 발전된 논리 회로(advanced logic devices)를 생산해 인텔과 퀄컴 같은 미국 고객을 위한 칩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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