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확장' vs '지재권 침해 처벌' 두고 갈등...결정이후 '비토권' 행사 할수도

미국 현지 언론들은 9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소송 판결에 따라 바이든의 친환경 및 기후변화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특허소송 최종 판결 'D-데이'를 맞았다. 

이에 미 현지 언론들은 '전기차 사업' 확장을 강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판결이 미국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SK이노와 LG에너지 간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 의 기후변화 계획에 대한 첫 번째 시험 결과가 나온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은 미국의 전기차 생산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도 “ITC의 결정이 미국 내 배터리, 더 나아가 전기차 생산까지 뒤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 현재 LG에너지가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현지에서도 여러 변수를 제기되고 있어 최종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전기차 생산 늘리고 싶은 바이든, '비토권' 행사할까

ITC 판결을 두고 가장 고심에 빠진 사람은 소송이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수장인 바이든 대통령이다.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탄소중립’ 기조를 유지하며 전기차 생산 확장 등 친환경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에서 활발히 미래차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양사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외신들은 바이든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먼저 이들은 ITC가 최종결정에서 LG에너지의 손을 들어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SK이노의 미국 내 전기차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이노가 패소해 배터리 셀과 모듈 등 핵심적인 배터리 부품·소재의 미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 현재 미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대규모 배터리 공장 사업도 모두 중단돼 미국의 전기차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수입금지 조치 판결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ITC 최종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연합뉴스]

이미 SK이노는 포드와 폭스바겐 등 미국 내 판매량이 높은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 예고했었다.

SK이노의 미국 핵심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전기버전과 폭스바겐의 순수전기자 ID.4에 탑재될 예정이다. 관련 공장을 증설해 2024년까지 미국 내 2600명 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포드와 폭스바겐은 지난해 ITC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폭스바겐은 양사의 법적 다툼이 전기차 부품 공급을 방해하고 미국의 일자리 수요를 제한할 수 있다 주장했고, 포드는 자사가 만든 배터리가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도 “SK이노에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경우 SK배터리를 사용하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비토권을 행사해) ITC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바겐의 순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 [사진=EPA/연합뉴스]

◇ SK이노의 '지재권 침해'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무작정 SK이노의 편을 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는 주요가치 중 하나가 '지적재산권 보호'이기 때문에 SK이노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처벌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어서다.

바이든은 후보자 시절에도 대선공약으로 "환율조작과 불법보조금, 지재권 탈취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탈피하겠다"며 "이를 어기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 선언했다.

또한 LG에너지는 현재 미국 내 미시간 주(州)에 있는 공장에서 배터리를 활발히 생산하고 있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제네럴모터스(GM)와도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Ultium Cells)를 설립해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로 LG에너지의 경쟁력이 저하되면, 2035년까지 가솔린 차량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점을 시사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로 이직한 한 직원의 2018년 이메일에 57개 배터리 제조 핵심비결(레시피)이 첨부돼 있었다며 영업비밀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LG의 리튬 배터리를 보는 자사 공작직원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ITC의 최종판결에 대통령이 비토권을 행사한 사례는 총 5번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 조치에 대해 “표준 특허를 근거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서 거부권이 행사된 전례는 없다.

한편, ITC의 최종판결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공개된다.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 5일이었던 최종 결정을 3차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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