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설이 막 지났다.

해마다 설 전에는 이번 연휴 음식 중 어떤 것들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이번 설에는 그러한 기사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명절에 모이지 말라는 정부의 정책이 있어서 그랬을텐데, 아마도 각자 집에서 설 기분이라도 내자하고 많은 음식을 시켜서 먹은 사람들도 예전처럼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을 듯하다.

지난번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옆에서 같이 먹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같이 많이 먹게 되고, 이는 여러 실험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찰스 스펜스 교수는 요리학(gastronomy)과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을 합쳐서 가스트로피직스 (gastrophysics: 미식물리학)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여기에 관한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식사량은 누구와 함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때 먹는 양이 많아지는데 특히 친구나 가족처럼 친근한 사람과 함께 먹을 때 더욱 그렇다.

이렇게 식사량이 늘어나는 것은 두 가지 이유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누군가와 함께 먹으면서 식사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행동을 보면 시각적인 자극으로 인해 나 역시 식욕을 느끼고 많이 먹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사람들이랑 같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많이 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얘기한 찰스 스펜스 교수에 따르면 함께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던가 혹은 같이 있는 사람과 있는 것이 초조하면 더 적게 먹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음식을 건드리지 않으면 적게 먹는 경향 역시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때 더 많이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같이 먹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훨씬 더 적게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같이 식사하는 사람이 좋고 친근한 사람인지 혹은 부담스러운 사람인지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가 숨어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같이 식사하는 사람 중에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있는지 여부와 본인이 다이어트 중인지 여부에 따라 먹는 음식 양이 달라졌다고 한다.

심리학자 자넷 폴리비의 연구에 따르면 제인이라는 여성이 다이어트 중이라고 밝힌 경우, 제인과 같이 식사한 실험 참여자들은 제인이 많이 먹으면 같이 많이 먹고, 제인이 적게 먹으면 같이 적게 먹었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몇 명이 모여서 식사를 할 때, 특히 살에 대해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식사를 할 때는 한 명이 주도적으로 메뉴나 디저트의 양에 대해 결정을 하게 되면 대부분 그에 따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아무튼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음식 섭취량은 같이 동석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먹게 될 때 일반적으로 많이 먹을 수 있을 듯한데, 그럼 최근처럼 혼밥, 혼술 환경은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의견이긴 하지만 역시 꼭 그렇지만은 않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

우선 첫째,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먹는 행위는 가장 무심결에 하는 본능적인 행동 중 하나이므로 음식에 관한 자동조종 (Automatic pilot) 모드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보다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흔히들 TV를 틀어 놓거나 혹은 핸드폰을 들고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위에서 말한‘ 음식에 관한 자동조종 모드’로 들어가 버리면서 배부르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스마트폰과 같이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적 발달로 인한 환경 변화는 혼밥이 다이어트에 더 안 좋을 수 있게 만든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만들어진 매체의 영향을 받아 미국인들 하면 팝콘과 맥주를 먹으면 소파에 비스듬히 눕다시피 앉아서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중년 비만 남성을 떠올리곤 하는데 바로 음식에 관한 자동조종 모드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둘째, 식욕은 시각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스펜스 교수가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7분짜리 레스토랑 리뷰는 배고픔 지수를 높였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보기만 해도 먹게 된다’고 했다.

즉, 식욕을 돋우는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먹는 행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 뇌의 작용은 앞서 말한 첫 번째, 혼밥 시 영상을 쉽게 보는 행위와 연결될 때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혼밥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먹방’을 보게 될 경우 폭풍같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BJ들의 먹방을 보면서 혼밥을 한다고 치자.

가뜩이나 뭔가를 보면서 홀린 듯 자동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음식들에다가 시각적으로 그리고 청각적으로 식욕을 무한히 자극하는 영상까지 결합한다는 얘기이니, 그러한 행위를 시작한 순간부터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포기’를 외쳐야만 한다. (더구나 그들은 특이한 콘텐츠를 위해서 많이 먹기까지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혼밥을 하면서 보는 먹방은 일종의 가상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므로 넓게 보면 오랫동안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식사자리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갈망에 기인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밥하면서 보는 먹방은 우리의 건강한 식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유전자에 각인된 우리네들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의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첫걸음이다.

물론, 다이어트의 필수 요소인 운동도 그렇다. 굳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이유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자극받으며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