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비트코인 채굴 전력소모량 121.36TWh...비트코인 호황에 대기오염 '빨간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미 경제지 포천 인터뷰에서 "새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된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새 행정부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하루 아침에 '환경파괴범'이 됐다.

최근 탄소포집 기술경연 대회를 열고 1000억원대 상금까지 내놓으며 누구보다도 탈탄소에 적극적이던 그가 이러한 억울한 오명을 입게 된 이유는 바로 그의 '말말말'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매해 역대급 숫자를 찍고 있지만, 그의 말 한 마디에 투자자들은 쉼 없이 '삽질'을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주요외신들은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사실상 머스크가 자신의 신조인 친환경 기조와 반대가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 "15억달러 투자" 소식에 역대급 전력소모...5000만원선까지 뚫었다

머스크의 영향력으로 실제 채굴 과정에서 소모되는 전력량은 매해 급증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은 연간 단위로 환산된 비트코인 전력소모량이 121.36테라와트시(TWh)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력 소비가 비슷한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네덜란드 등이 2016년도 사용한 전력량 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비트코인 전력 소모량은 매해 치솟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7년 당시 6.6TWh(테라와트시) 수준이었던 전력 소모량은 2020년 10월 67TWh까지 상승한 뒤 올해 2월 100단위까지 치솟았다. 

이에 BBC 등 주요 외신들은 비평가들을 인용하며 비트코인 가격을 말 한 마디로 오르락 내리락하게 만드는 머스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근 테슬라가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자사가 생산하는 모델Y 등의 전기차를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받고 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개당 가격은 급증했다. 

빗썸에 따르면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8시28분 기준 비트코인 1개 값은 전날보다 7.27% 오른 4917만1000원에 거래됐다.

인기몰이는 계속되고 있다. 같은 거래소 기준 16일 오후 3시 53분 기준 비트코인 1개 값은 전날보다 3.84% 상승하며 5372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비트코인 거래소 시스템에선 접속장애까지 일어나며 투자자들의 불만을 낳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채굴기가 뿜어낸 '탄소'...위험성 알고 있는데 멈추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비트코인 인기가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수많은 컴퓨터들이 석탄을 활용한 화력발전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은 어려운 수학 연산을 푸는 등 방대한 데이터를 전산하면서 사실상 수만대의 컴퓨터가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중국 내몽고의 100m에 이르는 한 창고에는 '비트메인 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컴퓨터 2만5000대를 동원해 채굴작업을 벌였다. 중국의 석탄 발전 비중은 전체 중 60% 수준인데 여기에 비트코인이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어제 오늘 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왜 비트코인 채굴공장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전세계 등지의 기후변화 연구팀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 작업 자체가 지구의 온도를 약 2도 가량 올릴 수 있다며 생태계에 파괴적인 재앙이 닥칠 것이라 경고했다.

채굴기 자체가 배출한 탄소 뿐만 아니라, 거래량이 급증하며 발생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석유 발전을 활용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에선 업자들이 채굴기를 부지런히 가동하면서 부족해진 전력을 석유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20일 가까이 전국에 노란 스모그가 끼는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함샤리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산유국으로 막대한 석유 자원이 있는 이란에서 전력 부족 현상을 겪은 것이 ‘이례적’이라며, 비트코인 채굴 열기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란은 몇 년 전부터 지독한 스모그로 몸살을 앓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수도 테헤란 대기오염을 보도한 현지 매체 이란보 12월 23일자 1면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비트코인이 낳은 환경파괴는 이제 외면해서는 안 될 중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테슬라의 방향성을 고려해 머스크가 보다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산업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비트코인 생태 발자국을 고려했을 때, 이번 거래는 친환경 에너지를 내세우는 테슬라의 방향성과 대조된다"며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기업의 평판을 해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50피트 블록체인의 습격'의 저자 데이비드 제라드도 "비트코인은 말 그대로 반(反) 효율적(anti-efficient)"이라며 "모든 에너지가 로또(lottery)에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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