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5G 특허권 두고 총성 없는 싸움...'소모전'으로 경쟁력 저하 우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연합뉴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에릭슨이 제기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주장과 관련해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에 등장한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는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와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이 이동통신 특허권 소송을 두고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6일(현지시간) 에릭슨이 제기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주장과 관련해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갈등의 중심은 '이동통신' 특허권 기술 침해 여부다. 양사가 사실상 특허 사용료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에 업계에선 스마트폰·AI 등 산업혁명에 반드시 필요한 미래먹거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ITC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 "더 비싼 값 달라"...'특허권 사용료' 두고 서열싸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양사의 갈등은 에릭슨이 삼성을 상대로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ITC와 텍사스 연방법원에 연달아 소장을 제출하며 시작됐다.

에릭슨은 안테나와 라디오, 기지국 등 통신 부문의 제품과, 휴대폰 장비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제품에서 자사의 4세대(4G)·5세대(5G) 고유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삼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주력 스마트 기기에 자사의 기술을 허락 없이 도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이달 ITC에 에릭슨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제소하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의 침해에 따른 불공정 무역관행을 규제하는 조항으로 수입 금지·불공정행위 정지 등을 명령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주 원인은 바로 특허권 사용료다.

양사는 2014년 1월 특허 상호 사용(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고 2019년 재협상을 진행했지만 3차 협상을 앞두고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국 법원에 에릭슨 로열티를 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에릭슨은 3차 협상 테이블에서 이전에 비해 높은 가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소송이 사실상 양사가 특허사용료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오래 전에 한 약속을 누가 먼저 깼는지, 누구의 잘못이 더 큰 지 양측의 공방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과 에릭슨은 2001년과 2012년 등 이미 수차례 특허 분쟁을 경험했다. 양사가 2007년 체결했던 연장 계약이 종료될 무렵인 2012년 에릭슨이 특허 침해로 삼성을 제소하고 삼성도 맞제소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분쟁은 삼성이 특허 로열티 6억5천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하면서 매듭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소송전은 곧 '소모전'...갈등 길어지면 경쟁력 타격 불가피

갈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삼성은 이동통신 특허와 관련된 여러 소송에 휘말리면서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례로 중국의 화웨이와의 4세대 이동통신 특허 소송은 무려 3년의 소모전을 거치고 나서야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화웨이는 삼성이 자사가 보유한 4G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해왔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후 미중을 넘나들며 신경전을 이어오다 2019년 2월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크로스 라이선스에 합의하며 관련 소송을 모두 철회한 것이다.

이번 에릭슨과의 소송에 삼성전자가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 많은 고객사를 두며 잔뼈가 굵어진 에릭슨이 여러 근거를 가지고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예측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5G 시장 점유율은 6.4% 수준으로, 30.7%을 기록한 에릭슨보다 한참 뒤쳐져 있다.

또한 양사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6G(6세대 이동통신) 연합체 '넥스트G'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커지거나 장기화되면 앞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 1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트워크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편 에릭슨은 ITC가 미국 내 삼성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리길 촉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은 에릭슨이 충분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필요시 법적조치를 포함한 다수의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ITC는 이번 사건을 담당 행정판사에게 배당한 이후 해당 판사가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예비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ITC가 삼성전자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확인할 경우 즉시 수입 및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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