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박영식 기자 = 국회가 국정원 감독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사건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개성공단 중단 등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중요한 순간에도 국민을 대신해 정보기관을 감독하고 그 역할을 확인해야 할 국회가 감독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은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부실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경찰의 수사를 통해서도 국정원 직원이 정치개입 행위를 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비밀정보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작한 국기문란사건이 일어났고 그 지시가 정보기관의 수장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의해서 행해졌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국민을 대신해 국정원을 감독해야 할 국회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폐회한 임시국회에서 끝내 정보위원회는 소집되지 않았다. 서상기 위원장은 자신이 발의한 중차대한 법안을 상정해줄 때까지 “6월이든 9월이든 정보위를 열지 않겠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는 법안 상정을 핑계로 삼고 있지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을 추궁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 위원장이 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3.20 해킹사건을 빌미로 사이버상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국정원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확대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으로 밀행성이 속성인 정보기관의 위상에 맞지 않는 거대한 권한을 부여하려고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보호하고,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한, 즉 대선에 개입한 ‘국기문란 사건’을 일으킨 국정원을 감독해야할 정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정원의 권한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사찰에 대한 반성으로 마련된 직무범위의 제한을 무력화 시킬 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을 감독감시해야 하는 본분은 미루고, 도리어 국정원의 권한을 더 확대하려는게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서상기 위원장 뿐 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의 수사의 본질을 흐리거나, 수사 자체를 문제 삼는 발언을 하며 사건을 왜곡 축소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수사발표 직후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여직원 감금에 대해서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4월25일 브리핑에서 사건의 시발점이 된 ‘오늘의 유머’(오유)사이트를 종북사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원의 오유사이트 활동을 옹호했다.
 
유승우 의원은 같은 날 대정부 질문에서 “대선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했다면 1500만이 방문하는 네이버가 있는데 순위 330위인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골랐겠느냐”며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 또한, 같은 날 대정부 질문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이 사건은 야당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이었다”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일 “국가정보기관에 검찰권력이 너무 일방적으로 행사되면 안된다”며 정상적인 수사도 문제를 삼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몸부림은 오늘 6월19일에 끝나는 공식선거법 위반 공소 시효를 감안해 시간을 최대한 끌기 위한 술수로 보인다.
 
지난 4월 30일 검찰의 전격적인 국정원 압수수색이 있던 날 뉴욕타임스는 “압수 수색은 국정원이 중앙 정보부라는 이름으로 한국 군사 독재자의 정치적 통제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수십년 전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국정원 압수수색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한국의 국가 정보원 수장들은 대부분 불명예스럽게 경력을 마쳤다. 그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임을 잃고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마지막으로 1979년 파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목격되었다. 그의 행방은 그 후로 찾을 수 없게 되었다”며 박정희 정권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암살 사건까지 거론했다.
 
외신이 이번에 사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국정원이 대공·대테러 등 국내 보안 정보나 국외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외환죄 등 법에 정해진 직무범위를 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인정한 정치관여죄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죄에도 해당될 수 있다.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왜 침묵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혹여나 문제가 생겨도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고 요구할 우리 국민도 아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바쁘다. 폭력을 행사하는 '갑'을 제외하곤, 대선을 두 번 치를 만큼 여유가 없는 '을'의 사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5년을 맡겨 줄테니 걱정말고 국회가 직접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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