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위원회 구성하고 회사채 발행, 사업 등 활동 다각화
ES만 있고 '지배구조(G)'는 빠졌다 비판도...'경영 투명화' 제고는 숙제

올해 초 정부 신년회에서 한자리에 모인 재계 '빅4' 총수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기업들이 올해 가장 주력하는 경영 키워드가 있다.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주요국들이 차별없이 더불어 사는 저탄소 사회를 꿈꾸면서 ESG는 이제 기업 경영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기업공시제도를 개선해 2030년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가 차원의 노력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발은 바빠지고 있다.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 국내 기업의 다양한 ESG 행보...위원회·채권·사업 등 경영 다각화

ESG 기조는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19일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이사회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해 ESG 활동을 직접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최근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고, 기아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G 채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잇단 산업재해에 책임 논란이 불거졌었던 포스코도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신설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18일 밝혔다. 포스코건설도 중소건설 협력사들을 위한 ‘맞춤형 ESG 경영평가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약계층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SK그룹은 올해도 ESG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람이든 기업이든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IT 강자들도 ESG 대열에 합류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ESG 이사회’를 신설한다고 밝히며 본격적으로 ESG 중심 경영을 강화했고, 네이버도 지난해 설치한 이사회 산하의 ESG 위원회에서 꾸준히 공존·상생·IT생태계 선순환 구조 구축 등의 목표를 실현해 나갈 방침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양사 임직원들이 경북 포항시 송도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희망나눔 도시락’을 함께 제작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희 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장.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양사 임직원들이 지난달 29일 '희망나눔 도시락’을 함께 제작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희 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장. [사진=포스코]

◇ 글로벌 흐름 속 살아남자...이젠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국내 기업들이 모두 ESG에 한마음 한 뜻을 모으게 된 배경엔 국제사회의 ESG 흐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환경 활동을 강조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사회 소수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기류가 우세해졌다.

유럽연합(EU)도 기업들의 공급망에서 인권 및 환경 실사(due diligence)를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선언했다. 애플은 환경·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올해부터 성과급을 주겠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ESG’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는 기업들과 협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블랙록 등 글로벌 펀드들도 총매출 25% 이상이 석탄화력생산·제조에서 발생한 기업들을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단언했다.

때문에 ESG 경영은 이제 필수 요소가 됐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 자사의 사업을 확대할 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가치가 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당시 최대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 발전시설을 중단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등 탈탄소의 첫발을 떼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 E·S 활동은 활발한데...사라진 'G'는 어디에?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의 ESG 계획에 ‘지배구조’가 없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ESG 지수를 비교한 결과, E·S 지수에선 앞도적인 성적을 보였으나 G 지수에선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참 뒤처지고 있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동일 업종으로 평가받은 애플에 비해 G 지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E·S 지수는 각각 68과 48로, 애플(47, 7)보다 한참 앞섰지만, G 지수에선 23을 기록하며 애플(30)보다 뒤처졌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기아는 E와 S 분야에서 토요타와 비슷한 성적을 냈지만, G 분야에선 37으로 토요타(42)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여전히 만연한 '총수 중심 경영'이 지배구조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경과 사회는 돈을 들여 쉽게 변화할 수 있는 분야지만, 총수 경영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이사회와 이사·감사 선임 과정에 대한 투명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행보가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회에 여성 이사 비율과 최고경영자(CEO) 임금 산정 방식, 로비 자금, 뇌물 방지책, 리스크 관리 등 해외 ESG평가 기관이 중시하는 항목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현재 국내 주요기업에선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공시하는 곳은 전무하다.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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