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용대수 대비 급속충전소 1/10도 안 돼...'충전 기본료' 부담도 여전

현재 국내에선 13만5000여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공용 충전기는 급속 1만59기, 완속 5만4563기에 그친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내에선 13만5000여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공용 충전기는 급속 1만59기, 완속 5만4563기에 그친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정부가 '전기차 30만시대'를 목표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급속충전기 부족 등 인프라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선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 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고, 충전업계에선 전기 기본요금 부과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확대' 등 계획을 발표했지만 생활 전반에 전기차가 일상화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 충전기 '가뭄시대'...옛 건물엔 '의무 설치' 기준도 없어

현재 국내에선 13만5000여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지만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기차 공용 충전기는 급속 1만59기, 완속 5만4563기에 그친다. 급속 충전기 1기로 13대가 충전하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빌라 등 주거지역에 설치된 충전기의 숫자는 더 부족하다. 집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는 3만7902기, 급속은 1506기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단지(의무관리단지)가 1만7123개, 호수가 133만6578개인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에 건설된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신축될 예정인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는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있다.

옛 아파트엔 입주자대표회의를 가결해야만 충전기가 설치될 수 있는데, 기존 주차장도 세대수에 비해 부족하단 비판이 나오고 있기에 이 또한 타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회사에서 충전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전기차 구매 다시 재고해봐야 하나", "거주지에 충전기가 없다면 안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등 비관적인 게시글들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2%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공공부문엔 2022년부터, 민간은 2023~2025년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시행될 대책은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만은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주택 등 거주지 소재 충전기는 2025년이 되어서야 대거 설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충전기가 설치된 후에도 해당 자리에 일반 내연기관 차가 주차하거나 충전이 완료된 다른 전기차가 이동하지 않으면 충전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현행법상 급속충전시설에서 2시간 이상 주차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이에 더해 완속충전시설에서 12시간 넘게 주차할 경우 과태료를 내는 법안이 입법예고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 충전업계 기본료→이용자 부담...전기차 구매 '메리트'는 어디에

전기차 충전요금도 뜨거운 감자다.

충전업계에 따르면 업체별로 전기차 충전기의 기본 요금으로 한국전력에 지급하는 금액은 매달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달한다.

사용량과 별개로 급속충전기(50kW)는 약 6만5000원, 완속충전기(7kW)는 약 1만6000원의 기본료가 충전기 대수를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다. 

완속충전기 설치 보조금도 올해부터 1대당 최대 3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어들어 업계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한전의 특례 할인이 전면 적용됐던 당시 kWh당 173.8원 수준이었던 공용 급속충전기 요금은 지난해 7월 255.7원으로 상승했다. 

업계에선 2022년 7월부터는 이용자들이 kWh당 313.1원 수준의 충전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환경을 위해 가솔린 차를 포기하고 큰 돈 들여 전기차를 구매했지만 그 어떠한 혜택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한 것을 저렴한 충전비로 만회해야 하는데 충전비까지 오르니 전기차를 사용하고 있는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전기차 충전) 민간 업체들은 기본료 부담으로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일부를 운전자들에게 전가하면 결국 운전자들에게도 피해가 가게 된다"며 깊은 우려감을 표했다.

18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22회 국정현안조정점검 회의에서 환경부는 전기 택시 등 무공해 상용차에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차고지 및 교대지 등에 급속충전소 설치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맨 오른쪽)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관련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운전자들도 충전 부담이 올라가면 구매할 매력이 떨어져 전기차 수요 자체가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통산자원부 및 한국전력 등과 기본 요금 부과체계를 개선하거나 기본 요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난색을 표해 답보한 상태"라며 "사실상 현재 정부 부처 내부에서도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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