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분야 확대하는 SK, 시스템반도체 키워 TSMC 따라잡고픈 삼성

2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사용되는 D램(DDR4 8Gb 기준) 현물 가격은 전날 대비 2.13% 오른 평균 4.075달러를 기록했다. 약 2년 만에 4달러 선을 넘어선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반도체 슈퍼호황기의 주역으로 메모리 반도체 'D램'이 떠오르면서 관련 사업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올해에도 SK하이닉스는 '매출 효자'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할 계획이지만, 삼성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자사 경쟁력을 키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왕좌를 되찾을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번 D램 호황기로 양사가 모두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별개로 각 기업이 현재 위치에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로드맵을 다르게 구축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 잘하는 분야 키우는 SK, D램 받고 시스템에도 뛰어든 삼성

양사가 이처럼 반도체 투자를 두고 다른 생각에 빠진 이유는 '미래 경쟁력' 때문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를 확장해 자사의 입지를 다시 공고히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큰 회사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31조9000억원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1% 규모인 23조15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SK는 최근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M16'을 준공해 D램 사업을 국내외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SK는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M16 준공식을 열며 이 공장이 'D램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콕 집어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을 이끌 주춧돌로 메모리 사업을 내세운 것이다.

M16 공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EUV(극자외선) 장비를 활용해 4세대 10나노급 D램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D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기준 약 30% 수준으로 높다.

D램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M16 공장과 삼성전자의 평택2라인 전경. [사진=각 사 제공]

반면 삼성전자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인다.

이미 글로벌 점유율을 공고히 하고 있는 D램 분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스템반도체 시장까지 꽉 잡아 파운드리계의 왕좌를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사장은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D램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상반기내에 D램 업황 개선이 기대되지만 아직 코로나19 재확산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위험요인이 산재해 수요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보수적인 입장은 견지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SK하이닉스보다 높은 43% 수준의 D램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는 지키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그동안 비교적 '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시스템반도체에 주력할 가능성이 커졌다. 파운드리계의 강자,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현재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이다. 나머지 70~80%는 시스템 반도체로, 현재 TSMC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54% 점유율을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7%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메모리반도체에 시스템반도체 기능을 결합한 지능형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PIM(프로세서 인 메모리)'를 개발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세계 최초로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저장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메모리 반도체에 인공지능(AI) 엔진을 탑재해 연산까지 가능케 한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편 D램의 가격은 2년여 만에 4달러 선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에 모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사용되는 D램(DDR4 8Gb 기준) 현물 가격은 전날 대비 2.13% 오른 평균 4.075달러를 기록했다.

PC용 D램의 평균 현물가가 4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2019년 4월 25일(4.032달러)이래 처음이다. 당시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확대로 서버 투자 등이 미뤄지면서 D램 가격이 추락했었다.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보기술(IT)·가전 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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