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적고 공정기술 바로 도입 어려워 망설이는 듯...부족현상은 나날이 심화

한국GM은 반도체 공급난을 호소하며 지난 8일부터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감산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강자' 삼성전자의 구원 등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직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칩의 기술 장벽이 높고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보다 수익성도 낮기 때문이다. 

◇ 삼성의 현실적인 장벽...'뚝딱' 만들 수 없고 수익성도 떨어져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계속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러브콜'에도 묵묵부답이다.

구원투수로 나서기엔 현실적인 장벽이 높고 수익성도 따져봐야 하기에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가장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경쟁사로 꼽히는 대만 TSMC도 자동차 칩 보다는 시스템 반도체 쪽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공정을 확보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자금력과 설계도가 있다고 해서 바로 생산에 돌입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0~450억달러에 그쳤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량생산이 가능한 D램 등 삼성의 주력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 칩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다.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종류는 수십가지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한 회사가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는 이유다.

전세계 D램 점유율 43%를 기록하며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에 쉽게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평택 3라인 착공과 미 오스틴 등에 대규모 투자 결정이 임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타 산업에도 발을 넓힐 수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평택 3라인 착공과 미 오스틴 등에 대규모 투자 결정이 임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타 산업에도 발을 넓힐 수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 완성차 실적 30%까지 내려앉는다...국내 기업도 '전전긍긍'

삼성의 침묵이 계속되면서 현재 차량 반도체 공급난은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무디스 인베스터의 분석결과를 인용해 올해 특히 GM(제너럴모터스)와 포드의 연간 실적이 3분의 1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GM은 미국 캔사스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에 있는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하며 반도체 쇼크의 첫 희생양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감산 규모만 해도 1만대 수준이다.

국내에도 고스란히 그 여파가 흘러왔다. 한국GM은 지난 8일부터 인천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낮춰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기아도 2~3개월 정도의 재고를 확보해둬 당장 문제가 없겠지만 공급난이 장기화되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금 유동성 위기로 사실상 '생존경영'에 돌입한 쌍용차나 르노삼성차의 경우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르노삼성은 이미 올해 생산량을 15만여대에서 1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보고서에서 올초 전세계 100만대 자동차 생산이 지체될 수 있다며 이번 문제에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들의 자택으로 보낸 편지에서 "올해의 시작도 좋지 않다"며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3천5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판매 실적을 거뒀고, 지난 한 달 동안 보유 현금이 1천억원 가량 더 줄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들의 자택으로 보낸 편지에서 "올해의 시작도 좋지 않다"며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3천5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판매 실적을 거뒀고, 지난 한 달 동안 보유 현금이 1천억원 가량 더 줄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작년에도 그랬는데"...강자 등판 없으면 자매산업도 줄줄이 '낭패'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 되면 철강과 타이어 산업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완성업체들이 차량을 만들지 못하면 부품사들도 잇따라 악재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 자동차 부품 공장들이 연달아 휴업을 연장하자 국내 완성차와 전후방 산업은 줄줄이 셧다운 결정을 내리며 몸살을 앓았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생산속도 조절에 이어 국내 생산라인 조업을 일부 중단했고, 쌍용차는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이에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연관성'이 크다면서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영세한 부품업체들까지 도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구원등판에 거리를 둔다면 결국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여파를 최소화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주요 생산국인 대만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역량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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