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올해 전기차 사업에 주력"...애플도 'i-카' 포기안해 하드웨어 공급업체 찾는중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스콘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Fisker)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연간 2만5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공동생산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애플카의 '마지막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폭스콘이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애플 아이폰의 위탁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이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피스커'와 공동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협정(MOU)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은 피스커와 함께 연간 25만대의 전기차를 조립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가 지난해 약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때문에 업계에선 폭스콘이 애플카 협력사가 되기 위해 전기차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도 잇따른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상 결렬로 궁지에 몰렸지만 폭스콘과의 협력안을 구상하며 애플카 사업을 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폭스콘, '테슬라 잡겠다'는 피스커 올라탔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폭스콘이 '대용량 전기차'를 만들겠단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WSJ는 "폭스콘이 이번 협력을 통해 피스커의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며 "이 모델은 피스커의 목표에 따라 대용량(higher-volume) 형식으로 2023년 4분기부터 생산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과 부품이 사용될 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전기차 강자들이 기존에 내놓았던 전기 승용차와는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피스커는 이전부터 전기 픽업트럭과 SUV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보내고 있다.

테슬라 등 이미 전기차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선 전기차 종류를 차별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피스커의 차별화 전략이 폭스콘의 전기차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이미 지난해 10월 EV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1월엔 중국 완성차 기업 지리(Geely)와 50대 50 비율로 출자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해왔다. 

여기에 최근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사업계획도 발표했다. 

때문에 폭스콘이 이번 MOU를 발판 삼아 애플카 사업도 자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WSJ은 "폭스콘이 애플의 '아이카(i-car)' 생산에 대비하고 있다"며 "사실상 이번 결단이 애플카 사업 협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지난 20일 2021년 4분기 경량 전기차 2종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자사의 전기차 제작 지원 플랫폼(MIH)을 이용한 전기버스를 생산 계획도 공개했다. 사진은 폭스콘의 전기차 생산플랫폼 MIH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자료사진]

◇ 애플 "전기차사업 포기 안해"...공급업체·협력사 모색 중

애플카의 굴기가 아직 꺾이지 않은 점도 애플과 폭스콘의 협상 타결을 높게 보는 이유다.

애플은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 센서를 공급받기 위해 여러 부품업체들과 논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이 만난 정통한 소식통은 "애플은 수년동안 구상한 무인 차량 프로젝트를 놓지 않았다"며 "정교한 시스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주요 하드웨어를 공급할 외부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업체가 구해진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을 조립하고 생산해줄 협력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현대차·기아 등 기업들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사업 다각화에 뛰어든 폭스콘이 주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실상 갈 길을 잃을 애플카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상이 폭스콘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폭스콘과 협력한다 해도 생산 시점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공급업체와 협력사를 낙점하고 시장에서 차별화될 기술을 선보이는데 까지는 못해도 수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시스템은 몇 년 전보다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며 "회사 내부 직원들은 애플카 출시까지 최소 5년이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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