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공급 검토 행정명령, GVC에서 中제외...한국 반사이익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급 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낸 중요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수급 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낸 중요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가치사슬(GVC)에서 배제하면서 새로 짜여지는 생태계에서 한국이 어떤 위상을 갖게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품목들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품목으로 올해 내내 미중 갈등의 핵심 주제로 계속 거론될 전망이다.

실제 AP통신 등 미 언론은 계속해서 중국이 해당 품목을 무기화해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의 해외 의존도가 유독 높은 일부 품목으로 중국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미국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그 어떤 국가보다도 한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에 거론된 품목 중 시장이 큰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에서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외신들은 이번 행정명령 소식에 연달아 '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바이든이 중국 기술에 대응해 다자연합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대만, 일본, 한국의 협력이 중대해졌다(crucial)"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마리오 모랄레스 IDC 반도체 분석가도 "반도체 부족을 해소할 단기적인 해결책은 없다"면서도 "한국과 같은 국가에선 수십년간 칩 제조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외신과 업계에서 기대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배터리 시장의 최강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로 꼽히면서 파운드리 부분에서도 대만 TSMC에 이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사업을 확대할 것을 예고하면서 경쟁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0%를 점유할 만큼 업계의 큰 손이다. 

최근 준공된 세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M16'에서 올해 하반기부턴 EUV(극자외선) 장비를 활용해 4세대 10나노급 D램 제품을 확대 생산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BMW, 볼트, 포드 등 해외 완성차업체에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SDI는 23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헝가리 등 해외 공장에 9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SK이노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등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할 것을 예고했다. 

미 조지아주엔 이미 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1·2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 제공]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자사가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미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생산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집중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용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당분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이번 행정명령의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마냥 외면할 수 없어서다.

때문에 추후 한국 정부가 취할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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