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20%이상 매출 늘 것" 전망 나왔지만 1·2위업체 전력·물 끊겨 생산 차질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폭설이 내린 시내를 한 시민이 걷고 있다. 이에 삼성의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은 일주일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삼성전자와 경쟁사 대만 TSMC의 올 상반기 목표가 '자연재해 극복'에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유례 없는 한파에, TSMC는 역대급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선 글로벌 파운드리의 올 1분기 매출이 20%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그 중심에 있는 두 기업의 주력 공장들이 자연재해에 연달아 삐그덕 거리고 있는 것.

◇ '전력난·용수난'에 난감...매출 정말 늘어날 수 있나?

시장분석기관 트렌드포스는 25일 "글로벌 파운드리 수요가 올해 1분기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업계 매출이 작년 대비 20% 성장해 TSMC와 삼성, 그리고 UMC가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달리 상위권에 있는 기업들은 모두 자연재해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먼저 삼성전자의 핵심 파운드리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지난 16일부터 일주일 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 전역에 대대적인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전력부족 사태로 사실상 대규모 공장을 운용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용수 공급 문제까지도 함께 덮쳤다. 반도체 원재료를 절삭하거나 각종 화학물 제거를 할 때  '초순수' 상태의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22일 "오스틴 파운드리공장 라인이 가동을 준비하고 전력 복구가 천천히 이뤄지고는 있지만, 완전 재가동을 위해선 앞으로 최소 1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의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은 14nm(나노미터) 공정기술로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PMIC)와 통신용 반도체 등 주력 상품에 필요한 칩을 생산하는 곳이다. 전세계 12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생산의 5%를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텍사스주 댈러스 아파트 복도 선풍기에 달린 고드름[트위터 게시물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텍사스주는 이번 미국 한파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사진은 댈러스 아파트 복도 선풍기에 달린 고드름의 모습. [사진=트위터 게시물 캡처/연합뉴스]

TSMC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에 1964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닥쳐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국립기상청은 지난해 대만에 그 흔한 태풍도 없었고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며 강우량 부족 현상이 수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도 국가의 안전을 위해 기업의 물 사용량을 7~11%까지 절감해줄 것을 요청했다. 

때문에 TSMC는 현재 총 3600톤 가량의 물을 미리 구매해둔 상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5nm 공정 반도체 제조 기술인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를 활용하기 위해선 대량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술은 13.5nm 수준의 짧은 파장의 빛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고급 공정 기술이다.

TSMC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물 구매를 결정했다"며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순 있지만 (당분간) 생산 중단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만 당국이 가뭄 장기화를 예고한 만큼 물 부족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최근 겨울가뭄으로 국가적 절수 조치가 단행되면서 외부 용수 조달에 나섰다. 한 대당 한화 기준 110만원을 들여 20t(톤) 탱크 차량 수 십대를 섭외해 약 3600t의 공정 용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 극복 가능하다면 올해 파운드리 전망은 '맑음'

다만 양사가 슬기롭게 자연재해 위기를 극복한다면 올해 파운드리 시장의 전망은 밝다.

정보통신(IT) 기기에 대한 높은 수요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고객사들도 반도체 재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분기엔 TSMC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며 파운드리 왕좌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29억1000만달러(약 14조3107억원)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5G, HPC(고성능 컴퓨팅) 등 자사가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TSMC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굴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5G, CIS(이미지센서), 드라이버 IC, HPC(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40억4200만달러(약 4조4825억원)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높은 수요에 대응해 올해 파운드리 시설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 전망이 현실화되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삼성이 오스틴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TSMC의 '30조 투자'에 맞먹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번 한파로 인해 오스틴 사업에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아직 전력과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오스틴시의 재난 관리 수준이 드러나 해당 지역에 대한 사업성에 의문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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