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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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이번에는 지난번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인포데믹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아보자.

우선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도의 큰 재난이 일어날 때 이를 이용한 가짜 뉴스가 만들어진다.

특히 사실관계가 모호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조금 지난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에서도 인포데믹 현상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코로나사태에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나는 인포데믹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는 점에서 규모 면에서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긴 하다.

흔히 재난은 전염병과 같은 사회 재난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으로 나뉠 수가 있는데 자연 재난보다 사회 재난일 경우, 즉 그 인과관계가 모호하거나 밝혀지기까지 시일이 꽤 경과할 경우 인포데믹 현상이 나타나기는 더욱 쉽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예를 들어보아도 원전사태가 일어나도록 한 지진보다는 원전사태 이후 이를 감추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다양한 인포데믹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인포데믹 현상을 간략하게 흐름대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우선 어떤 재난이 일어난다.

재난에 대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단순 음모론을 생각하거나 혹은 개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누군가가 가짜 뉴스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뉴스는 이전에는 텍스트로 생산되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라는 개인미디어의 발달로 영상의 형태로도 동시에 생산된다.

다음 단계로 이렇게 생산된 뉴스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에게 전달된다.

네트워크 이론에서 허브라고 칭하는 수많은 네트워크를 가진 영향력 있는 사람, 그리고 일반 뉴스의 소비자들이다.

마지막 단계로 앞서 말한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뉴스 그 자체를 소비하기도 하고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앞서 몇 차례 글을 통해 이러한 현상들을 행동경제학, 혹은 심리학 용어로 짚은 적이 있다.

그 개념들로 설명한다면 가짜 뉴스가 생겼을 때, 해당 정보가 폭포수처럼 몰려드는 ‘정보의 캐스케이드 현상’이 일어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정보와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은 정보도 그러한 것처럼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가지고 받아들이면서 본인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한다.

특히 나와 유사한 성향을 가진 집단에 속해 있다면 이러한 정보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들어도 대세에 따라 그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군중행동 효과(Herd Effect)’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인포데믹 현상은 때로는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가면서 ‘집단의 극단화’ 현상에 일조하게 되기도 한다.

그럼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우선 질병 관련한 팬데믹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부터 언급하고자 한다.

최초의 질병 전파에 대한 수학 모형은 도입된 지 100년 이상 된 S-I-R 모형으로 여전히 유효한 모형 중 하나이다.

여기서 S는 감염대상군 (Susceptibles: 감염대상이 될 만한 사람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고 I는 감염군 (Infectives: 질병에 감염되어 질병을 옮길만한 사람), R은 제거군 (Removed: 이미 병에 걸렸다가 회복되어 면역력을 얻었거나 혹은 회복되지 않아 죽은 사람)을 의미한다.

질병 확산 시 각각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조사하여 환자의 증가와 감소를 예측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I에 해당하는 사람이 S에 해당하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게 함으로써 보다 더 큰 폐해를 막을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물론 그 후에 S-I-R 모형을 계속 개선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최근 코로나의 경우처럼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는 다수가 있을 경우, ‘보균자 집단’ 개념을 새롭게 포함한다)

질병 관련하여 우리가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주요 개념은 ‘최초 감염자’이다.

최초 감염자를 알아내기 위해 현재로부터 ‘접촉자 추적’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이에 따라 질병의 확산 패턴과 초기 단계에서 질병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 방법들을 알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포데믹을 알기 위해 전염병 분석에서 알아두면 좋은 개념 중 하나는 ‘기초 감염 재생산 지수’이다.

이는 한 사람의 보균자를 통해 감염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를 의미하며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질병은 금방 수그러들고, 1보다 크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확률이 높다고 해석하면 되겠다.

전염병 분석 방법을 다소 길게 설명한 이유는 인포데믹 시에도 정보생산자에 대한 추적, 그리고 인포데믹 시 한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재생산지수’ 등의 개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허브, 노드 등의 개념을 말하였는데 이는 사회과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네트워크 분석에서 나오는 주요 개념이다.

네트워크 분석은 개인과 집단들 간의 관계를 노드(Node)와 링크(Link)로써 모형화하여, 그것의 구조나, 확산 및 진화과정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며 소셜네트워크 분석 역시 그와 거의 유사하다.

이미 이러한 분석 방법이 있으므로 우리는 인포데믹에 대해서도 보다 더 자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긴 하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포데믹 현상을 위에서 말한 것들에 대입해 보자.

우선 인포데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질병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이다.

잘못된 정보 혹은 가짜 뉴스의 생산자는 ‘최초감염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염병이 번지는데 매개체가 되는 것들이 있는데 질병에서는 모기 혹은 비말 등이 해당되고, 인포데믹에서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갈 것인지 혹은 수그러들 것인지는 중간 확산자 역할을 하는 즉,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며 마지막으로 단순히 수용하거나 전달만 하는 노드 (개체)가 있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인포데믹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최초 정보생산자, 매개 수단, 이를 확산시키는 허브에 해당하는 사람,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사람 등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을 수 있겠고, 특히 대상들의 보다 정확한 역할과 대상 간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만 한다.

그럼 인포데믹을 제대로 알기 위해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 정리해보자.

첫째, 우리는 앞으로 인포데믹에 대해서 최초 정보생산자가 어떤 특성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인지 연구해 나가야 한다.

둘째, 이러한 정보가 퍼져나가는 매개체를 조사 분석해야 한다.

주된 통로는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으로 압축될 수 있을텐데 각각의 특성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어 나가는지를 밝혀야 한다.

셋째, 중간 네트워크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허브에 대해서도 보다 깊게 알아야 한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고 얼마만한 네트워크의 양과 네트워크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지만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성향, 계층 등의 집단 특성에 따라 어떻게 정보를 소비하고 실행에 옮기는지도 연구해야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학력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아니면 소득에 따라, 그것도 아니면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연구가 행해져야지만 여기에 대한 올바른 대응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도구도 갖추고 있고, 데이터도 있다.

인포데믹은 앞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그에 따른 비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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