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규정 도입 산업 패러다임 지각변동...기업간 협력 '한국판 가치사슬' 만들어야

 26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의 'EU의 배터리산업 육성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EU 배터리 연합'을 출범하는 등 그린딜 목표 달성과 경제 회복을 위한 미래 핵심 산업으로 배터리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산업 전 주기에 환경 규정을 적용할 방침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에 걸렸다. 

그린딜 목표 달성과 경제 회복을 위해 배터리 산업에서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 기업도 지속가능한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범국가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젠 배터리도 '친환경'...전 주기에 환경보호 규정 적용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가 26일 발표한 'EU의 배터리산업 육성전략과 시사점'에 따르면 EU는 그린딜 목표 달성과 경제 회복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 간의 연합체를 꾸려 탄소배출량, 윤리적 원자재 수급, 재활용 원자재 사용 비율 등 배터리 관련 환경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환경 보호'를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국제표준으로 수립하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EU 기업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폴란드, 스웨덴 등 EU 주요국들은 배터리 공장 15개를 건설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각 공장은 오는 2025년부턴 매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을 350GWh(기가와트시)까지 향상해 전기차용 배터리의 자체 조달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특히 스웨덴은 EU 국가 중 이번 패러다임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정책 제안 기구 '파슬프리 스웨덴'은 최근 지속가능한 배터리 밸류체인 전략을 발표하며 EU가 강조한 그린딜·탄소중립을 국가 산업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스웨덴은 원자재 채굴, 배터리 생산·유통·재활용 등 배터리 밸류체인 전 주기에 EU의 주요 의제인 그린딜과 탄소중립을 적용할 방침이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 '차별화 전략'으로 아시아 의존도 줄이는 EU

EU 국가들이 똘똘 뭉치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단 우려는 커지고 있다.

배터리 산업에 친환경 규정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U집행위는 지난해부터 'EU 신배터리규제안'을 발표하며 친환경 규정에 부합하는 제품만 EU 내 유통을 허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아시아 기업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차별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4년 7월부턴 전기차 및 충전식 산업용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공개를 의무화하고, 2027년 1월부턴 배터리 원재료 중 재활용 원료 비율 성분별 공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강노경 무역협회 브뤼셀지부 대리는 "EU의 신배터리 규제안은 역외기업의 EU 배터리 시장 진출에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기는 것이다.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벨트의 공장 모습. [사진=노스벨트 홈페이지]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의 에너지저장시스템 공장 전경. [사진=노스벨트 뉴스룸]

◇ 기업 협력·범국가적 전략으로 우리만의 '가치사슬' 만들어야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자체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해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무역협회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은 채굴 및 생산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이 낮은 원재료 확보, 전 배터리 라이프 사이클의 탄소배출량 감축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급망 기업간 협력,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시설·수거시스템 투자 등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한국 점유율이 34.7% 수준이라는 위상을 바탕으로 시장 선도자 역할을 슬기롭게 활용해 글로벌 표준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국가적 차원의 배터리 육성전략도 필요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EU는 배터리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올해 42개 기업에 29억 유로를 투입해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리 정부도 EU를 벤치마킹해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연구단체 등의 참여를 통한 국가적 차원의 배터리 육성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강노경 대리는 "스웨덴처럼 배터리 밸류체인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지속가능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기술·시설 투자와 협업을 통해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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