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부동산 중개업은 선입견으로만 가지고 보면 '그게 무슨 대단한 산업이냐'고  무시할 수도 있다.

한때 한국에서 부동산 중개소가 복덕방으로 불리면서 중장년층의 소일거리 현장으로 인식됐던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일정한 덩치를 가지는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 가능한 중국에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도 황금알을 낳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체들의 덩치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뿐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도 대부분 20∼30대의 청년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온라인 등을 이용한 영업이 활성화되는 현실은 부동산 중개 산업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중국 경제를 지탱할 주요 산업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나 싶다.

이런 21세기적 시각에서 볼 때 단연 주목되는 업체는 역시 ‘5i5j’를 기업 이니셜 겸 로고로 사용하는 워아이워자(我愛我家)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내 집을 사랑한다.”라는 의미의 사명(社名)과 이를 ‘워(我)’의 발음과 비슷한 5라는 숫자와 ‘아이(愛)’와 ‘자(家)’를 의미하는 영어 알파벳 i와 j로 절묘하게 배합, 도메인으로까지 사용하는 혜안이 21세기적 패러다임에 꼭 들어맞지 않나 보인다.

중국 내 최초 겸 최대 온-오프라인 부동산 중개 체인 워아이워자는 금세기 초인 지난 2000년 봄 베이징에서 출범했다.

초기 창업자들은 상하이(上海)의 명문 푸단(復旦)대학 경제학과 출신의 엘리트들인 천짜오춘(陳早春. 49)과 화궈창(華國强. 49) 등 여러 명이었다.

다들 자본이 부족했던 탓에 십시일반으로 투자를 해 사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명문대 졸업생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 후 출발했으나 역시 첫 발걸음을 잘 내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기존의 막강한 대형 오프라인 체인들의 높은 장벽 탓에 고사 직전에까지 몰린 것이다.

게다가 2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처럼 폭발적이지 않았다.

전체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는 했어도 이른바 개개 부동산들의 가격이 그야말로 형편없었던 탓에 이윤이 무척이나 박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 하이뎬(海澱)구 중관춘(中關村)에서 스다이(時代)부동산을 운영하는 량펑윈(梁鳳運) 사장은 “금세기 초만 해도 온라인으로 부동산 중개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말이 안 됐다. 더구나 당시는 대만과 미국계까지 포함한 대형 오프라인 체인들이 거의 전국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 대형 기업들도 경쟁에 힘들어 하던 때였다. 여기에 베이징 중심지의 아파트 평방미터 당 가격이 5000 위안(元. 85만 원) 전후였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워아이워자가 비빌 구석은 별로 없었다. 중개액의 1%를 커미션으로 받는다고 할 때 100평방미터짜리 아파트 한 채를 거래해도 수익은 5000 위안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좋았다. 워아이워자가 승산 없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주위의 평가는 괜한 게 아니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극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워아이워자가 출범과 동시에 파산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였다.

워아이워자의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라이광잉(來廣營) 소재 본사의 전경. 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제공]

그러나 놀랍게도 곧 극적인 전기는 찾아왔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닷컴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구나 편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워아이워자는 완전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때를 계기로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마치 미친 듯 상승했다.

똑똑한 부동산 한 채의 중개에 성공, 단 번에 수십만 위안의 커미션을 챙기는 직원들까지 생겼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었다.

영업 이익이 폭발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해야 했다.

창업한지 불과 3년도 안 돼 직원이 500여 명에 이른 것은 다 까닭이 있었다.

이렇게 되자 이른바 명문대학까지 나온 인재들이 워아이워자로 몰려들었다.

입사 경쟁률이 직원을 채용할 때마다 두 자릿수를 상회하는 것은 기본일 정도였다.

이후 완전 상전벽해의 기적을 목도하게 된 경영진들은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결과 2021년 3월 초를 기준으로 워아이워자는 전국 20여 개의 대도시에 3500여 개의 체인점을 보유하는 기적을 일궈내게 됐다.

정규 직원만 5만5000여 명에 이른다면 말 다했다고 해야 한다.

2017년 중국 내 부동산 중개 체인들 중에 유일하게 상하이와 선전(深圳)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될 수도 있었다.

현재 시가총액이 91억 위안에 이른다.

얼마 안 된다고 할지 모르나 부동산 중개 체인의 시가총액이 14억 달러라는 사실은 결코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워아이워자가 초기의 파산 위험을 극복하고 성공한 요인들은 닷컴 열풍과 부동산 시장의 폭발 이외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직한 중개를 꼽아야 할 것 같다.

워아이워자를 통하면 허위 매물이나 사기에 의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워아이워자는 비위 직원들에 의해 허위 매물이 중개되거나 할 경우 손해액의 10배까지 배상하는 원칙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고수, 한때 진흙탕으로 일컬어지던 부동산 중개 업계에서 남다른 신뢰를 쌓고 있다.

상하이 민항(閔行)구 소재의 워아이워자 체인점. 전국에 3500여 개의 체인점이 있다./[사진=징지르바오 제공]

중개 전 과정을 끝까지 맨투맨으로 챙기는 프로정신 역시 거론해야 한다.

여기에 저리의 은행 융자를 알선해준다거나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도 간단치 않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워아이워자는 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좋다.

후발주자 롄자(鏈家)와 안쥐커(安居客) 등이 맹추격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당분간 워아이워자 같은 상장 기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만 봐도 진짜 그렇지 않나 보인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 지사를 두고 영업에 나서는 글로벌 행보를 봐도 워아이워자의 위상은 단연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50억 위안의 매출에 10억 위안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당연히 워아이워자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대도시 영업에만 주력하다 2선 이하 지방 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국적 체인을 구축하지 못한 현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소비자들과의 대면 영업을 통해 더욱 적극 추진해야 할 오프라인의 확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탓에 현실로 옮기지 못하는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만약 이런 난제들을 극복할 경우 워아이워자는 조만간 미국의 나스닥으로 달려가 재상장에 도전하는 기적을 일궈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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