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의견서에 영업비밀 22개 침해 확정...SK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거부권 요청할 것"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이에 SK이노는 입장문을 통해 "(문서 삭제 등)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내린 결정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ITC는 4일(현지시간) “예비 결정 검토 결과 SK에 대한 조기패소판결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최종 의견서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10일(현지시간) ITC는 SK이노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10년간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는 이번 의견서에서 SK가 LG의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단 사실을 인정했다.

영업비밀 침해는 ▲전체 공정 ▲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 및 양극 믹싱 ▲더블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등 11개 영역에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ITC는 “SK가 LG로부터 훔친 22개 영업비밀이 없다면 10년 내 해당 영업비밀 상의 정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사의 분쟁의 주요 씨앗이 된 2018년 9월과 10월 사이의 폭스바겐 수주에 대해서도 "SK이노가 LG에너지의 경쟁 가격정보를 취득해 폭스바겐에 자사 배터리를 가장 저가에 제안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로 ‘증거 인멸’을 꼽기도 했다.

ITC는 “SK의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자행됐다”며 “자료 수집 및 파기라는 기업 문화가 만연하고, 잘 알려져 있었으며 묵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SK이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ITC가 실체적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최종 의견서에 자사가 LG에너지의 영업비밀을 어떻게 침해했는지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설이 없다는 지적이다.

SK이노는 "1982년부터 배터리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11년 이미 공급 계약을 맺었고, LG와는 배터리 개발·제조 방식이 다르다"며 "LG의 영업비밀이 전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선 "(문서 삭제 등)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내린 결정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며 반박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LG에너지솔루션의 11개 영업비밀 카테고리를 확정했다. [사진=미국 ITC 최종 의견서 캡처]

때문에 SK이노의 배터리 사업 향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비토)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SK이노는 "ITC의 모호한 결정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판결 내용을 검토하는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ITC의 최종결정일 60일 이내에 비토를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조지아주의 미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ITC의 판결이 자국 시장의 경쟁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 등 조지아주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ITC의 판결이 전기차 산업 노동자들과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문회 대상이었던 폴리 트로튼버그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는 SK이노와 LG에너지 간의 자동차 배터리 분쟁이 바이든 행정부의 ‘녹색 교통’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국 배터리 생산에 방점을 둘지, 혹은 그동안 중시해왔던 지식재산권 보호에 주력할 지에 따라 비토 행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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