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불 아닌 지분 로열티 등으로 분납 가능...코나EV 리콜 자금으론 안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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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5일 오후 컨퍼런스 콜을 열어 3년 차에 접어든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막바지에 달한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에 대해 입을 열었다. 

LG에너지는 5일 오후 법무실장 한웅재 전무, 경영전략총괄 장승세 전무, 대외협력총괄 성환두 전무, 그리고 특허담당 이한선 상무 등이 참석한 온라인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LG에너지는 ITC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최종 의견서와 관련해 "SK이노가 개발, 생산, 영업 등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당사의 영업비밀을 통째로 훔쳐갔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강조된 키워드는 세가지다. 합의금, 고객사, 그리고 진정성 있는 대화다.

◇ "기술 가치 중요성 알아야"...합의금 두고 샅바 씨름

먼저 LG에너지는 당사가 제안하는 합의금과 SK이노가 원하는 금액 격차에 대해선 "조 단위 차이가 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LG에너지가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합의금 산출 기준은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이다. 해당 법은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 이득 ▲미래 예상 피해액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 등 크게 4가지다. 기술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웅재 전무는 "그동안 SK가 제안한 합의금과 (우리가 고려한) 금액 간 차이가 너무 컸다"며 "다만 SK가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제안을 갖고 협의에 임한다면, 합의금 산정 방식에 대해선 유연하게 고려해 협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SK의 합의금을 현대차 코나EV 리콜 분담금에 활용하는 것이 아냐니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장승세 전무는 "만약 그런 의도라면 현금으로 한꺼번에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현금 일시불이 아닌 지분, 로열티 등 당사가 총액에 근접하다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눠서 배상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상금 총액과 합의 가능성에 대해선 "SK 마음에 달린 것이라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에너지는 "SK이노의 사업적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자사 배터리를 살펴보는 LG 연구원의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포드·폭스바겐 걱정 말라..."다른 공급업체 찾으면 된다"

SK이노의 고객사인 폭스바겐과 포드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에 대해선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는 "당사가 예상했던 기간보다 ITC가 더 충분한 시간을 고려했다고 생각한다"며 "2년이라면 설비를 새로 설치하고 대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고, 4년이라면 (공급) 업체 변경을 통해 공장을 새로 짓고 대응하는 것도 가능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게 배터리를 공급해줄 역량이 충분한 공급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LG에너지 측은 "전세계 배터리 업체는 수백 곳이나 된다. 한국엔 당사 외에도 삼성과 SK가 있고, 일본은 파나소닉, 중국엔 CATL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도 과거부터 리튬 배터리 사업을 진행한 업체들이 많고, 유럽에서도 다양한 신생 배터리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SK이노가 아니더라도 유예기간 안에 충분히 다른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단 의견이다.

SK이노의 고객사들의 물량을 LG에너지가 수주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전적으로 포드와 폭스바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ITC는 SK의 고객사의 상황을 고려해 폭스바겐에 2년, 포드에 4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비토) 행사 여부와 관련해선 "이번 ITC 판결 내용을 보면 미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판단'들이 구제 조치에 정교하게 담겨 있다"고 말했다.

ITC가 2년에 걸쳐서 충분한 조사와 의견을 청취하면서 SK이노가 공공성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점을 입증했기 때문에 비토권 행사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LG에너지는 이번 분쟁과 관련해서 당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상생'이라고 강조하며 SK이노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한웅재 전무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당사와) 대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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