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차이나' 목표로 7대 핵심분야 육성게획 내놔
미국은 16년만에 '세계경제 성장률 기여도' 1위로 복귀할 듯

지난 2일 중국의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치열한 미래 기술 패권을 두고 올해 중장기 기술자립을 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중국의 한 반도체 개발라인의 모습. [사진=글로벌 타임스 캡쳐/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올해 미국과 중국 간의 미래기술 패권 싸움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희토류 등 주요 산업의 공급망을 검토하며 사실상 중국을 전 분야에서 배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중국도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8일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양회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의 연례 전체회의에서 향후 5년 동안 일명 '디지털 차이나'를 건설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7대 핵심 분야를 미래 육성산업으로 정해 2025년까지 자국의 디지털 경제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이 미국을 잡기 위해 반도체, AI, 5G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을 예정"이라며 리커창 총리 등 주요 관료들이 핵심 기술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기술과 혁신, 지속가능성 등 각 테마에 걸맞은 산업의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리 총리는 "인재들의 창의성과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술혁신 체제를 완비하기 위해 사회 전체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매년 7% 이상 늘릴 것"이라며 "기초연구비 지출을 10.6%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미래기술 연구개발비는 2조4400억위안(3780억달러)으로 전년보다 10.3% 늘어났다. 올해는 전체회의 결과에 따라 투자금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및 외교부장은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미관계'를 개선할 의지는 있으나 미국의 내정 간섭은 용인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중국이 적극적으로 미래 산업 투자를 예고한 것은 바로 최대 경쟁국가인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가 16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칠 것으로 분석되면서 중국이 자국 산업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E)의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경제의 6% 성장률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포인트인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의 세계경제 기여도는 1.6%포인트로 미국보다 약 0.1%포인트 뒤쳐질 것으로 보인다.

OE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미국은 중국보다 낮은 기여도를 보여왔지만 올해 치열한 패권 경쟁으로 판을 뒤집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4.1%가량 성장했던 지난 2005년 당시, 미국의 기여분은 1.0% 수준으로 중국의 0.9%포인트를 앞섰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수년간 중국보다 뒤처진 성적을 보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해당 연구와 비슷한 전망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3.5%의 역성장을 기록한 미국이 올해 7%가량 성장하면서 중국 경제와 비슷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도 "올해 중반 쯤 미국이 코로나 이전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중국에 대해선 "이미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성장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그 이상으로 성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홀로 서기'에 주력한 중국과 달리 미국은 동맹국과의 전방면 산업 협력을 모색하면서 미 경제가 급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밖에 1.9조달러 수준의 경기부양책과 빠른 코로나 백신 접종 등도 경제 성장 비결로 꼽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대중 강경론'을 강조하며 "중국은 개방된 국제질서에 도전할 기술적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사진=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양국이 기술 패권 뿐만 아니라 수년간 쌓아온 문제를 두고 날선 비판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및 외교부장은 7일 전인대 연례회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실현하고자 한다"면서도 "중국의 핵심 이익 침해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중에 대해 "가능하면 협력하고, 적대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관계"라고 정의하며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과제'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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