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5월까지 칩 생산 무리 없다"...100명의 전문가 출동한 삼성은 여전히 '깜깜무소식'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한파에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전력난과 용수난이 현실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주력 파운드리 공장까지도 여전히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한파에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전력난과 용수난이 현실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주력 파운드리 공장까지도 여전히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양대산맥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자연재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속도 차를 보이고 있다.

TSMC는 역대급 가뭄으로 인한 용수 문제를 해결했지만, 유례 없는 한파로 셧다운 조치가 내려진 삼성의 미국 오스틴주 공장은 여전히 가동이 멈춰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왕 메이화 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만은 TSMC 등의 테크 산업의 가동을 유지할 만큼 충분한 물을 확보했다”며 올 5월까지는 생산 가동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만은 몇 십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매해 평균 3~4번의 태풍이 찾아왔던 대만의 지난해는 그야말로 ‘비 없는 쨍쨍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이에 TSMC도 자체적으로 3600톤 가량의 물을 미리 구매하는 등 발 빠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물은 반도체 공정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재원이다.

특히 TSMC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5nm(나노미터)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인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는 초순수 상태의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주로 반도체 원재료를 절삭하거나 화학물을 제거할 때 쓰인다.

대만 당국은 평균치보다는 적지만 조만간 적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며 가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TSMC 측은 이번 가뭄으로 인해 파운드리 가동에 드는 비용은 증가했으나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의 주요 공장은 용수 마련에 따라 무리없이 가동되고 있다.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모습. [사진=TSMC 제공]

문제는 삼성전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요 파운드리 시설인 미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은 벌써 22일째 가동을 못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대대적인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유독 큰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의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지 공장들이 올스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와 같은 칩 제조업체들이 공장 운용에 필요한 전력과 물, 가스 등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지만, 언제 다시 가동이 정상화될지 알려진 게 없다.

삼성전자는 100여명의 전문가를 미국 현지에 보내 재가동 로드맵을 치열하게 구상하고 있지만, 한번 멈춘 공장을 되살리는 데 수많은 점검과 절차가 필요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설비는 가동이 전면 중단이 될 시 다시 복귀하는 데까지 절차가 까다롭다.

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씻어내고 회로를 그린 뒤, 화학물질로 깎고 녹인 뒤 다시 쌓아 올리는 등 약 수백개의 생산 작업을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에 많게는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TSMC가 용수 부족을 맞닥뜨릴 때에도 섣불리 가동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업계 전문가들은 일제히 “공장이 정상 수준까지 돌아가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공장폐쇄의 여파는 시장에 크나큰 여파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록적인 한파에 셧다운 조치가 내려진 삼성전자의 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때문에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계속해서 멈춰 있으면 그만큼 손실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오스틴공장의 매출이 3조9000억원이었다는 점을 빗대어 볼 때, 날마다 100억원 수준의 손실이 나고 있는 셈이다.

약 3주 가량 공장이 전면 셧다운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손실액은 약 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 방안을 모색하지 못할 경우 고객사에게 제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해 위약금을 무는 등 손실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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