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매년 연구개발비에 수천억원 투자, 일본은 연합체로 공급망 늘려
세계 1위 '중국 CATL' 잡기 주력

일본 닛산의 전기차 아리야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모두 '중국 잡기'에 나섰다.

올해 들어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무서운 기세로 '시장 1위'를 기록한 데 따라 한일 기업이 왕좌를 탈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매년 수천억대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우선 삼성SDI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지난해 사상 최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9일 삼성이 공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의 연구개발비는 808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행거리, 충전 속도, 가격 등 전기차 시장에서 일명 '걸림돌'이라 여겨지는 요소를 먼저 해결해 시장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삼성SDI는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하이니켈' 기술을 접목해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고, 희소 금속인 코발트 비중을 낮춰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간 3조5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고, SK이노베이션도 2018년부터 3년간 연구개발에 6900억원과 시설투자에 7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들은 차세대 먹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방침이다. 현재 전세계 배터리 제조사는 비교적 수명이 짧은 리튬이온배터리에만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충전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충격에 의한 누액 위험이 없어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SDI 모델이 '인터배터리 2019' 전시회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삼성SDI 모델이 '인터배터리 2019' 전시회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이에 질세라 일본 기업들도 똘똘 뭉쳐 시장 선점에 나섰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배터리 관련 30여 기업은 내달 '전지 서플라이체인(공급망) 협의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해당 기구에는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 간의 합작업체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 그리고 원재료 공급업체 스미토모 금속광산 등 전기차 전 분야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은 니켈, 리튬 등의 원자재 조달과 배터리 생산·공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매체는 이러한 일본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새 협의회를 구성하게 된 계기가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중국과 한국 등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앞장 서면서 영향력이 쪼그라들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한국과 일본 간의 경쟁은 당분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분석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일본의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에 큰 규모의 물량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패권을 둔 싸움은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 배터리 사용량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2위는 지난해까지 1위를 지켰던 LG에너지솔루션, 3위는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 중국 CATL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따랐다. [표=SNE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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