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전세계 생산 20% 점유 계획...정부 주도형 투자에 '수익성'은 여전히 의문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은 시민, 기업들이 그들의 삶을 더 낫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만들 최신 기술 선택권을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 "이것이 우리가 회복력 있고 디지털 면에서 독립된 유럽을 함께 만들어갈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유럽연합(EU)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을 제치고 '반도체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9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2030 디지털 컴퍼스(Digital Compass)'란 이름의 로드맵을 공개하며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제품의 20%를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소식을 전한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EU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강자인 TSMC와 삼성전자 잡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유럽은 이미 자국 공장에서 고도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면서도 "TSMC과 삼성전자가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칩보다 더 빠른(faster) 제품을 만들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U는 유럽 내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을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삼성전자가 만드는 5나노미터(nm) 반도체 보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2nm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EU의 의지다.

그동안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실상 삼성전자를 EU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첨단 EUV시스템반도체에 3차원 적층 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제품. [사진=삼성전자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EU의 결정이 삼성전자에게 큰 여파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제까지 EU 기업들은 '국가 주도형 투자'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자국이 예고한 혁신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 시키기까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유럽의 주요국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미래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부터 스마트폰까지 미래 산업 전방면에서 정부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밝힌 EU의 로드맵도 비슷한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매체는 "EU는 기본 노하우에 정부 자금을 더하는 방식을 꾀했지만 유럽 기업들은 종종 이러한 혁신을 상업적 이익으로 전환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EU는 유럽 반도체 기업들이 추후 추진할 설비 투자액의 최대 40%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업 주도형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의 반도체 제조사 NXP의 '2014년~2018년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은 3.1%로 전세계에서 6번째로 높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0.8%을 기록하며 마이크론, SMIC 등 글로벌 기업들보다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적극적으로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며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9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총 21조2292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9%에 달하는 규모다.

시설 확대에도 수십조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액은 총 38조4969억원으로 2019년 대비 1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9일(현지시간)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EU 내에서 정보통신기술 전문가 2000만명이 고용돼야 한다며 '디지털 인력 양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일부 전문가는 EU가 계획을 현실화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단왕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에 돈을 던진다(throwing)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십년 동안 유럽의 반도체 회사 수는 줄었다"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과 아시아로부터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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