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일자리 우려 불식 의도...LG의 초강수로 바이든 '지재권·배터리' 걱정 잠재우나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최후의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미국 내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 판결을 받은 SK이노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때문에 "조지아주 공장이 창출할 일자리를 보호해달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비토(거부권)를 요청하던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은 도전을 받게 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산업 일터 확대'를 강조한 바이든과 SK이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 LG엔솔 "일자리 걱정말라"...'인수 가능성'으로 초강수

지역매체 AJC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ITC의 결정으로 SK이노의 조지아주 공장이 문을 닫게 될 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LG에너지는 앞서 미국 내 배터리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이미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LG에너지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 신설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중 한 곳은 조지아주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너럴모터스(GM)과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의 추가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신설 공장의 규모는 현재 양사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하고 있는 35GWh(기가와트시) 수준의 1공장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보를 살펴봤을 때, LG에너지는 미국 측에 SK이노와의 불필요한 소송 싸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고 배터리 산업을 키우는 게 좋을 것이라는 기조를 계속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州) 주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 번복을 요청하고자 보낸 서한. [사진=조지아 주정부 제공]

◇ 고민 깊어진 바이든...비토권 없이 '지재권·배터리' 모두 잡을까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LG에너지가 구상한 계획을 받아들일 시 자신이 강조해온 '지식재산권 보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 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에도 타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대선공약으로 "지재권 탈취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탈피할 것이며, 이를 어길 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중시해왔다.

여기에 LG에너지가 SK이노의 배터리 공장을 인수한다면 자국 내 배터리 산업에 대한 타격을 완화해 참모진들의 우려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SK가 조지아주에서 건설하고 있는 공장의 일자리들이 위협받고 있다"며 조지아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ITC 판결이 노동자들과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 자동차 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주 주지사도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커머스에 건설되는 SK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앞으로 2600명을 고용할 예정"이며 SK가 공장을 짓고자 투자한 26억달러(약 3조억원)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는 LG에너지의 인수 의지에 따라 어느정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다. 바이든이 비토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4월 11일까지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19일(현지시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배터리 특허권 침해 사건에 대한 예비 결정이 나온다.

이는 기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과정에서 파생된 별개의 소송으로, 여기에서도 LG에너지가 승소하면 SK이노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바이든의 비토권 가능성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SK이노가 반격의 기회를 갖기 위해선 이번 예비 판결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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