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처럼 물류투자·빠른배송 비슷하지만..."사업전망·거대 투자처 없이는 상장 어려울 수도"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에 이어 또 다른 한국의 배달업체가 미국 기업공개(IPO) 열풍에 도전했다”며 "쿠팡의 경쟁업체 마켓컬리가 연내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마켓컬리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그야말로 ‘제2의 쿠팡식(式) 기업’ 열풍이다.

이 가운데 차세대 쿠팡으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샛별배송으로 성공신화를 쓴 마켓컬리다.

실제 쿠팡과 마켓컬리는 과감한 물류 투자와 함께 빠른 배송을 도입한 선구적인 기업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마켓컬리가 일명 ‘대박’을 터뜨린 쿠팡의 길을 그대로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미국 증시 상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사업 전망’과 ‘든든한 펀드’가 없기 때문이다.

◇ 적자 쌓인 쿠팡이 시총 100조원 뚫은 비결...'미래 가치' 때문

쿠팡의 시가총액은 16일 기준 865억2900만달러(97조8641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4000억원)보다 소폭 떨어진 규모지만 여전히 100조원대 안팎 수준을 유지하며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무려 41억1800만달러(약 4조5500억원) 규모의 누적적자가 쌓인 쿠팡이 이처럼 호황기에 접어들 수 있었던 비결은 미래 가치 때문이다. 

미 증시는 상장 요건으로 적자 크기보다는 매출액 증가와 영업손실 감소, 그리고 사업 전망을 중시한다.

미국 현지에서 쿠팡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요소로는 '로켓배송'이라는 풀필먼트(주문·입고·보관·배송 전주기) 시스템이 꼽힌다.

여기에 카테고리도 다방면으로 확장했다. 쿠팡은 생활용품부터 의류, 신선식품, 화장품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배송해주며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 주식은 63.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시초가는 공모가인 35달러에서 81.4%나 뛰어오른 수준이었다. [사진=쿠팡 제공]

◇ 사업 다변화도, 든든한 지원군도 부족한 마켓컬리

하지만 마켓컬리의 상장 과정은 쿠팡과 많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샛별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샛별배송은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을 넣으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때문에 밴처캐피털업계(VC)도 마켓컬리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2016년 말에는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와 UTC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주요 VC로부터 총 1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SSG닷컴 등 원하는 시간대에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온라인 몰이 나타나면서 마켓컬리만의 차별화된 색깔은 퇴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선식품에만 주력하며 카테고리 다변화 전략을 선택하지 않고 있는 것도 쿠팡과 다른 점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피 김 마켓컬리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것보다 식품에만 주력할 것"이라며 "특히 패션(의류)은 우리가 건드리지 않을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상장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뒷받침해줄 투자자도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쿠팡의 소프트뱅크와 같이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가 없다"며 "IPO(기업공개) 시도가 쿠팡만큼 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2월 자사의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에 쓰이는 모든 상자와 봉투 등 종이 포장재에 대해 경영인증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당시 젊은 고객층은 환경보호 기조에 합류한 마켓컬리에 호응했다. [사진=연합뉴스]
마켓컬리는 지난해 2월 자사의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에 쓰이는 모든 상자와 봉투 등 종이 포장재에 대해 경영인증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당시 젊은 고객층은 환경보호 기조에 합류한 마켓컬리에 호응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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