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바닷속 진주'로 불리며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자원으로 활용
생태계 교란 없이 채굴 불가능한 상황...삼성SDI·BMW·볼보 "채굴광물 안 쓰겠다" 선언

심해 해저광물인 망간단괴가 분포되어 있는 모습. [사진=해양수산부/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기차 시장에는 한 가지 큰 딜레마가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를 양산해야 하지만, 여기에 필수로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파괴 행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최초로 망간단괴 등 심해 해저광물의 사용을 중단하며 이 딜레마를 먼저 풀어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해저 소재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태계 교란으로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이런 삼성의 선례에 따라 국내에서도 배터리 생산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가시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관련 업계는 배터리 결과물에 집중하고 있지만, 생산 과정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전기차 자원 노다지'...망간단괴의 전성기

그동안 해저광물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중 망간단괴를 향한 관심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 뜨거워졌다. 망간단괴는 니켈·코발트·희토류·망간 등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금속을 품고 있어 '바닷속 검은 진주'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에 국내에서는 망간단괴가 미래 먹거리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채굴 개발 활동이 계속되고 확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6년 심해저에 채집된 망간단괴를 파이프를 이용해 수면 위로 이송하는 양광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같은 해에는 선박해양프랜트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6000m급 해저보행로봇 'CR6000'을 개발하고 수심 4743m 실해역 테스를 성공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 1월 '제3차 해양수산발전 기본계획(2021-2030)'을 발간해 해저 소재자원 수요에 대응하는 해양자원 조사와 개발에 대한 투자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경쟁력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더 많은 탐사권과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해양 보호보다 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한국은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순으로 3개 광종, 공해상 및 타국 EEZ(배타적경제수역) 내 총 5개 광구의 탐사권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가 세계 최초로 망간단괴를 파이프 혹은 펌프로 끌어올리는 양광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망간단괴 채광 개념도. [사진=해양수산부]

◇ 생태계 교란 심화되자...삼성SDI·BMW·볼보, 'NO 채굴' 합류

문제는 이러한 망간단괴 등의 해양 소재자원을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채굴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친환경 먹거리를 위해 전기차를 채굴하다 되레 환경을 파괴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세계자연기금(WWF)은 공식 성명에서 "해저 광물 채굴은 아직 무모한 활동"이라며 "아직 우리는 심해 생태계의 상당 부분을 탐험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해양전문가와 환경보호단체들은 이러한 채굴 활동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며 거세게 반대해왔다. 수천 미터 깊이의 바다에서 광물을 채굴하면 취약한 심해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망간단괴를 확보하기 위해 채굴로봇 등 첨단 장비가 해양에 투입오면 그만큼 환경 오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때문에 미래 먹거리를 선구해나가야 하는 기업에게는 실질적인 피해를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SDI는 뿐만 아니라 BMW, 볼보 등 차세대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전기차 기업들도 속속 해저 광물 채굴에 반대하는 '심해저 광물 채굴 방지 이니셔티브' 캠페인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해저 채굴이 환경에 유해하지 않다는 근거가 나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심해에서 채굴한 광물을 사용하지 않고, 채굴 작업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삼성SDI는 성명서를 통해 "심해에서 채굴한 광물이 심해의 해양 생태계에 미칠 유해성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상업적 목적을 위한 심해저 광물 채굴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BMW도 "해저 자원은 환경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라며 "(망간단괴는) 현재 회사의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그동안 '좋은 점'만 강조되어 왔던 해저 자원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정부 부처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국제해저기구(ISA)와 함께 해저 광물자원을 친환경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1일 글로벌 업계가 지상과 해양 채굴 등 두가지 선택지를 두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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