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고나라 지분 인수·신산업 진출...신세계는 야구단에 이어 W컨셉 인수.
올 5~6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서 '재격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유통업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각 사]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유통업계의 두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올해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유통 맞수' 경쟁을 펼친다.

롯데는 지난해 부진했던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유통은 물론 바이오, 배터리, 스마트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모색한다.

신세계는 야구단 인수를 시작으로 네이버와의 동맹, 그리고 여성패션 편집몰 W컨셉 인수까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경쟁 구도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양사는 올 5~6월에 예정된 본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 "급격한 시장 변화가 오히려 기회"..신세계의 '위기 극복법'

먼저 신세계그룹은 올 초 정용진 부회장의 신년사처럼 '위기 속 기회 찾기'에 돌입했다. M&A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로 승부 본다는 의지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온라인 여성패션 편집몰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를 2000억원 후반에 인수했다고 1일 밝혔다.

W컨셉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지분 80%), ISE커머스(지분 20%)와 W컨셉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외부 요인을 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신세계의 의지와도 연결된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최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세계 이마트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 'SSG랜더스'라는 이름의 야구 팀을 꾸렸다. 

신세계는 자사의 유통 콘텐츠와 야구단을 연결 짓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에서 SSG랜더스의 운영 계획을 직접 밝히며 "걔네(롯데)는 울며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와 2500억원 지분 맞교환으로 동맹을 맺은 뒤 현재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SG랜더스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30일 새벽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야구단을 가진 롯데를 보면서 많이 부러워했었다"며 "(롯데가) 본업 등 가치 있는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중고시장 덕 보고 신사업도 확대"...대(大) 변화 꾀하는 롯데

롯데그룹도 본격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와 다른 점은 기존 유통 사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소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중고품 거래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을 두고 중고품 거래 시장의 원조격인 중고나라를 품어 고객을 끌어들일 전략이다.

롯데는 200~3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 지분 23% 정도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영 참여에도 나서며 사업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중고거래 앱 이용자는 2018년 45%, 2019년 66%, 지난해 6월 기준 117% 급증했다. 그만큼 유통업계에 있어 중고거래 시장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유통과 화학을 양대 축으로 한 신사업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일례로 롯데지주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확보해 바이오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엔지켐은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기업으로 녹용 성분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M&A에 있어 승부사 기질을 보여왔던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사업 다각화에 반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2011년 취임 이후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뉴욕팰리스호텔, 삼성그룹 화학부문 등을 인수했다.

한편 롯데도 신세계를 향한 도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9일 롯데마트는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며 야구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마트 세일 전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창립 23주년을 맞아 이달 1일부터 1000억원 규모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전을 기념하며 '자이언트' 용량의 전복과 대추 방울토마토 등을 저렴하게 내놓으며 야구 사업과 유통을 연결짓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롯데마트 제공]

양사의 M&A 전쟁은 오는 5~6월에 열릴 이베이 본입찰에서 더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의 기업 가치는 약 5조원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라고 밝혔고, 강희석 이마트 대표도 24일 주총에서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는 회사는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려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 등에 맞설 규모로 온라인 사업을 키울 수 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적격후보자명단(숏리스트)에는 이마트와 롯데쇼핑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사모펀트(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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