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패닉바잉'했던 지난해 7월 이후 서울 평균아파트값 1.4~1.8억원 상승
"영끌 안타깝다"고한 김현미 발언 무색...공공입주 자격확대 등 공급책 보완 필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부동산 세제가 강화되면서 나온 다주택자 등의 매물을 30대 이하의 젊은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받고 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난해 8월말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 발언이다.

그렇다면 김 전 장관의 호언대로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작년 7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정말 떨어졌을까.

정답은 '오히려 평균 매매가가 억대 이상 상승했다'이다. 결국 영끌에 나섰던 2030세대의 생각이 옳았던 셈이다.

◇ 민간시세조사기관, 1억4000~1억8000만원 올라

7일 민간 시세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8개월이 지난 3월말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1억4000~1억8000만원씩 상승했다.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7월 9억5033만원에서 지난달 10억9993만원으로 8개월 새 1억4960만원(15.7%) 올랐다.

또 부동산114 통계로도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10억509만원에서 11억8853만원으로 1억8344만원(9.4%) 상승했다.

다만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같은 기간 8억8183만원에서 9억711만원(2,9%)으로 비교적 낮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상향한 것은 다르지 않았다.

작년 7월은 2019년 1월부터 부동산원 연령대별 월간 아파트 매매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다.

30대 이하의 서울아파트 매수 건수는 작년 4월 1183건, 5월 1391건, 6월 4013건, 7월에 5907건으로 3개월 연속으로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자 젊은층 사이에서 지금이 아니면 내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했고, 영끌을 통해 아파트를 사들이는 '패닉 바잉'(공황 매수)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는 8월부터 감소세를 보였으나 30대 이하가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8월에 처음으로 40%대(40.4%)로 올라섰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지난해 11월(39.3%)을 제외하고 최근까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7월에 아파트를 매수한 20대와 30대가 굉장히 많았다"며 "당시 아파트값 하락 가능성에 불안해하면서도 아파트를 매수한 젊은 층들이 지금은 '영끌 매수가 옳았다'고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소형평형도 7억7000만원...젊은층 "엄두 못내"

젊은층과 서민들이 선호하는 서울 소형아파트(전용면적 60㎡, 공급면적 25평형 이하)는 최근 1년 새 가격이 크게 뛰면서 이제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매수하기에 버거운 수준이 됐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의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6789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억4193만원(22.7%) 올랐다.

이는 직전 1년 동안(2019년 3월~2020년 3월) 가격이 7246만원(13.1%) 상승했던 것과 비교해 2배에 이르는 빠른 속도다. 최근 1년간 집값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1년 전 집을 사려다가 미뤘던 가족이 지금 같은 집을 사려 한다면 1억4000만원 넘는 돈이 더 필요한 셈이다.

소형 아파트가 비교적 많이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에서도 지은 지 30년이 넘어 낡고 비좁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이 확인된다.

준공 35년 된 노원구 월계동 미성아파트 전용면적 50.14㎡는 지난달 17일 7억9500만원(2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작년 상반기까지 6억원이 넘지 않았는데, 1년만에 1억5000만~2억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8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은 지 30년 된 강북구 번동 주공1단지 49.94㎡는 지난달 17일 6억원(4층)에 최고가로 거래돼 1년 전 4억6000만원(4층) 보다 1억4000만원 올랐다.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에는 강남권 재건축 등 고가 아파트 매매가격도 반영됐다.

준공 37년이 넘어 현재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삼익대청 51.12㎡의 경우 지난달 2일 15억1500만원(11층)에 거래되는 등 강남권에서는 이제 15억원이 넘는 소형 아파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7629원으로, 10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형 아파트 기준은 전용 60~85㎡ 이하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2·4 대책 등으로 인한 공급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서울 외곽의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3기신도시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수요는 내집 마련에 대한 조급함을 덜었겠지만, 소득 기준에 걸리는 중산층 등 여건이 애매한 일부는 여전히 서울에서 저평가된 집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위한 정부의 공급 계획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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