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공장 줄줄이 휴업하는데...정부 대책 효과 미비·파운드리 생산증대 영향은 3분기에나

현대차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봄이 찾아왔지만 현대차·기아에 드리운 반도체 공급난은 쉽사리 걷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 중장기적 대책을 모두 동원해 자동차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자동차 생산 공장들은 '휴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이 상황을 구제해 줄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이에 따른 수급 효과는 빨라야 3분기에 나올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동차 및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2차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차 회의가 열린 지 약 한 달 만이다. 당시 ▲수입 절차 간소화 ▲차량용 반도체 성능평가 지원 등 단기적 대책을 마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장기적 로드맵'에 초점을 뒀다.

산업부는 현대차·기아, 그리고 한국GM 등이 겪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민관 합동 '중장기 차량용 반도체 기술개발 로드맵'을 이달 중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로드맵에는 ▲파워트레인 ▲섀시·안전·자율주행 ▲차체·편의 ▲인포테인먼트 등 4개 분과별 시장동향 및 전망과 기술 개발 방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1차 회의에서 나온 단기 지원 방안이 일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회의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15개사의 총 5549건(2월17일~3월31일)에 대해 신속 통관을 지원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총 2억4000만달러 규모다.

다만 정부의 지원책이 당장 현대차·기아와 같은 국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러한 대응 방식이 '논의'에 그치는 수준이며, "관련국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 하겠다" 혹은 "민간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라는 원론적 언급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계속해서 공장 휴업 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울산1공장은 부품 수급 문제로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해당 공장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소형 SUV '코나'를 생산하는 주요 시설이다. 수급에 차질이 생긴 부품은 모터와 인터버 감속기 등을 의미하는 PE모듈이다.

여기에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휴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와 휴업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오는 10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아도 미국의 조지아주 공장을 이번 주 이틀간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소식을 전한 로이터통신은 "이달 남은 기간 지속해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안정화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코나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력한 희망이었던 대만 TSMC의 공급 확대도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산업부에 따르면 TSMC를 포함한 대만 내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은 자체 생산공정 조정을 통해 생산라인 가동률을 102%~103%까지 확대했다.

다만 당장 국내 업체들의 수급난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생산 증산에 대한 영향은 보통 2개월 후에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만 생산물량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TSMC는 전 세계에 도래한 반도체 공급난의 심각성만큼 미국, 유럽, 일본 등 열강들로부터 공급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TSMC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3번에 걸친 가격 인상안을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원론적인 논의보다는 실질적인 반도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이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가전, 통신기기 등의 산업에 내재화함으로써 수입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미 주요국들은 반도체 내재화를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경기부양안 중 500억달러(약 55조9000억원)를 반도체에 투자하고 자국 내 반도체 시설을 짓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2025년까지 170조원을 투자, 유럽연합(EU)은 66조7000억원을 투입해 외부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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