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혁신지원센터 등 입주기업들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 목표

성남시 상대원동 일대에 위치한 성남하이테크밸리에 최근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변혁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의 성명기 이사장이다.

지난 2019년 초에 17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후 성 이사장의 성남산업공단은 그야말로 천지개벽, 상전벽해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무보수로 일하면서도 오로지 공단의 발전과 입주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늘도 분주한 성 이사장을 만나 여러 현안과 비전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성명기 이사장.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성명기 이사장.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삼영전자공업, 파리크라상, 샤니, 슈페리어, 에이스침대, 고려은단, 대일제약...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들어본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자, 식품, 의류, 가구, 제약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의 공통점은 바로 성남산업단지에 생산시설(공장)이 있다는 것이다.

-성남하이테크밸리에는 다양한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그 이유는?

▲성남하이테크밸리에는 첨단업종에서부터 뿌리산업까지 모든 산업을 망라한 다양한 업종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데 성남하이테크밸리가 가지는 특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첫째 인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요즘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 구하기가 힘듭니다. 지방 기업의 애로 사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인력 수급 문제일 겁니다. 그 점에서 성남하이테크밸리는 상당히 유리합니다. 서울에서도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거든요. 서울의 서남권에서는 아주 가깝습니다.

둘째 서울에서 가깝고, 경부고속도로와 외곽순환선 등 수도권의 각종 도로망에 바로 연결되어 수도권 물류 유통에 매우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셋째 역사적으로 봐야 하는데요. 1970년대 초반 공단이 조성되면서 당시부터 소비재 중심의 생활밀착형 공장이 들어선 거죠.

-성남하이테크밸리는 서울과도 가깝고 성남시에서도 녹지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요즘 같으면 이런 곳에 대단위 아파트를 지어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겠나? 인근에 판교나 분당 신도시가 건설된 것처럼?

▲바로 그 점이지요. 성남산업단지에는 우리의 도시화, 산업화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1960년 서울 인구는 200만이었습니다.

1968년 서울 인구는 400만이 넘어서면서 포화상태가 된 거죠. 주택문제와 도시 빈민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당시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김현옥 서울시장이 경기도 광주로 서울의 도시빈민을 대규모로 이주시키자는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들이 이주한 도시가 바로 성남시가 되었습니다. 성남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남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질때 부작용도 있었나?

▲당연하지요. 처음에는 성남시가 아니었고, 광주대단지였죠. 경기도 광주군 성남지구 도시 건설사업이었다고 합니다.

1971년에는 15만명의 도시가 되었는데요.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이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킨 적도 있다고 해요. 당시 군중들이 구호 중에는 “허울 좋은 선전 말고 실업군중 구제하라”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자리 문제가 당시나 지금이나 초미의 관심사였던거지요.

-성남산업단지(성남하이테크밸리)가 그렇게 만들어진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도시가 형성되어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에 산업단지를 만들었죠.

처음에는 이주민들의 일자리를 위해서였죠. 전국에는 47개의 국가산단과 676개의 일반산단이 있어 한국산업의 기반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이중 성남산업단지가 전국 제 1호 일반산업단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죠.

1971년부터 공업단지 조성사업을 시작해 1974년 성남공업단지 1, 2단지를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단지지만 45년이 지나면서 노후화 되지 않았나?

▲바로 그거죠. 경기도 내 산업단지 전체 면적의 2.2%를 차지하면서 전체 9,838개 기업 중 성남산단이 3,256개(33%), 고용인원은 약 22만명 중 4만 3000 명(20%)을 차지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좁은 땅에서 여러 업종이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 낸다고 보면 됩니다. 고밀화된 산단인 거죠. 하지만 반대로 공단 입주 45년이 되다 보니, 문제점도 많습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나?

▲주변 발전과 불균형을 이루고 있고, 문화 교통 등의 인프라도 오히려 부족합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업육성 프로젝트도 부족하구요. 그 동안 “알아서 먹고 살아라” 이런 분위기가 강했죠. 지방이나 신생 공단에 비하면 정부나 성남시의 기업 지원 사각지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명기 이사장은 이노비즈 협회 이사장을 두 번 역임하고, 지난 2019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선거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마타도어에 시달렸음에도 압도적인 지지로 이사장에 선출됐는데...

▲다 지나간 일입니다. 고생했지만 이사장직을 봉사직으로 알고 일하고 있습니다. 입주기업들도 변화의 바람이 절실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그 이야기는 마치고 싶네요.

-이후 성남하이테크밸리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판이다.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첫째 우리 산단 기업인들의 자긍심을 강화하자 이런 생각에서 ‘금난새와 함께 하는 기업인 가족음악회’, ‘기업인 조찬강연회’, 하이테크밸리 역사트레킹‘ 등을 추진해서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각자 기업인들이 알아서 살아남는다는 인식에서 공단이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기 시작한 거죠. 이런 문화적인 의식 변화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이테크밸리 역사트레킹 현장.
하이테크밸리 역사트레킹 현장.

-구체적인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는가?

▲당연하죠. 우선 2019년에는 산자부로부터 복합문화센터 설립지원을 받았습니다(국비 20억, 시비 25억). 또한 성남시 주도로 메이커스페이스가 관리공단 청사 2층에 들어섰는데 3D프린터, UV커팅기 등이 설치되어 있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합니다. 물론 기술지원도 하구요. 작은 기업이 갖추기 힘든 첨단 장비를 사용할 수 있죠.

공단 입주 기업 중 첨단 기술 관련기업은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휴, 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인 ’창업성장허브‘ 사업에도 도전해 국비 60억을 지원받았고, 특히 ’융합혁신기술지원센터‘ 사업에는 국비 40억과 지자체에서 60억을 지원받았습니다.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데 비결은?

▲열정이지요. ‘융합혁신기술지원센터’ 사업 지원시 심의 때의 일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심의위원이 “성남산단은 여러 업종이 다양하게 산재했는데 여기서 무슨 첨단산업, 혁신기술‘이 나오겠는가” 하고 반문하길래, 제가 직접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슨 소리냐, 다양한 업종의 융복합에서 오히려 혁신기술이 나올 수 있다. 일관화된 수직 계열의 공단은 대기업에서 알아서 한다. 오히려 수많은 업종이 모인 성남 산단의 창의력은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다행히 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어려운 관문을 뚫고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정부나 지자체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공단에게 지원합니다. 공모형식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상당하리라 보는데?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도 필요하겠고.

▲그렇습니다. 가능한 많은 지원을 받아 공단 내 기업에 기회를 주어야지요. 그렇게 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창업지원센터에서는 창업공간을 지원합니다.

2022년 초에는 60여 개의 첨단업종의 창업기업들이 이 공간에 둥지를 틀게 됩니다.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계속 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과제와 추진 중인 사업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에는 성남시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데 은수미 시장님과 지역의 윤영찬 국회의원, 그리고 성남산업진흥원에서 적극적으로 우리 공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단은 45년이란 역사를 지닌 반면 노후화가 가속화되어가는 만큼, 현재 성남시가 주도하고 있는 노후 산단 경쟁력강화사업(재생사업)을 제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예컨대 비활용 공장용지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합니다. 그 용지 개발을 권유하고, 노후 산단의 고밀도 복합개발과 다양한 지원시설입주를 유도하는 국토교통부의 활성화정책을 적극 수용하여야 합니다. 용지변경이나 용적률 상향 정책 실시도 상당히 중요하죠.

이 부분에는 성남시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남하이테크밸리는 제조업 기반의 첨단혁신 스마트 산업단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성남시도 사는 거죠.

여의시스템 전경.
여의시스템 전경.

- 『도전』, 『열정』 , 『사랑은 행동이다』 등의 책도 세권이나 출간했는데 ....

▲평소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회사 홈페이지 같은 데도 글을 올리고 그랬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책을 냈습니다. 여의시스템을 창업할 무렵 어린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그런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합니다.

-성명기 이사장은 여의시스템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없는지?

▲2019년 매출액이 316억에서 2020년 매출은 392억으로 약 25% 이상 매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라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분야가 오히려 매출이 늘리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를테면 주차관제시스템에서 현장에 사람이 없어도 운영 유지가 가능한 스마트 파워 컨트롤러와 같은 신제품의 매출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반도체 관련장비와 스마트폰이 관련된 산업의 자동화 쪽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여의시스템의 주력 품목이 대부분 비대면 자동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극복되면 오히려 여의시스템은 고객 맞춤형 산업용 컴퓨터 및 컨트롤러 솔루션을 제공하는 주력 제품들이 앞으로의 산업 동향에 더 적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이 대부분 소량 다품종이라서 대기업이나 중국 기업이 치고 들어올 영역도 아닙니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있기에 회사의 발전을 기대합니다.

물론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해야죠. 요즘은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좀 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가면 차차 해결되겠죠.

여의시스템 생산라인.
여의시스템 생산라인.

성 이사장은 외유내강형의 사람이다.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우리나라 1세대 전자공학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암벽등반으로 다져진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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